네팔·티베트(중국) 국경 지대를 덮친 대홍수로 이재민 최소 160만명이 발생했다고 네팔 당국이 밝혔다. 네팔과 중국간 무역의 3분의 1을 담당하던 육로는 물론이고 네팔 국가 핵심산업인 수력 발전소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복구 비용은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전 국민 약 5%가 이번 대홍수로 피해를 입었고 재건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0%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감축관리청(NDRRMA)은 사망자가 1204명, 실종자가 421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 발표와 종합하면 이번 참사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225명, 실종자는 4757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피해 지역 5곳에서 주택 7570여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중 1253채는 완파됐고 6317채는 심각한 손상을 입어 거주가 불가능한 상태다. 네팔 도시개발건설부는 라수와·누와콧 지역은 가장 피해가 큰 지역으로, 다딩·고르카·치트완 지역은 중간 피해 지역으로 분류했다. 5개 지역의 주택 피해액은 약 173억 1000만 네팔루피(약 1545억원)에 달한다.
현장에는 구조인력 약 9200명이 투입돼 지금까지 약 1만 1000명을 구조했다. 당국은 라수가와디 수력 발전소 인근 터널에 갇힌 640여명들을 구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중 279명이 구조됐다. 당국은 펌프 시설과 물탱크 차량을 이용해 임시로 식수를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2개월 안에 임시 시설을 설치하고 상수도 복구 작업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재난은 기후 변화가 빙하 손실을 가속화한 여파로 발생했다는 게 네팔 정부 분석이다. 히말라야 산맥 빙하 붕괴로 인해 얼음물, 바위, 잔해가 거대한 파도처럼 강줄기를 따라 내려오면서 길목에 있는 주택·농경지·도로·발전소 등을 덮쳤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재난으로 건물 일부, 암석, 퇴적물을 포함한 220만 톤의 잔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높이 381m) 6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특히 국가 기간사업인 수력 발전소가 상당수 파괴됐다. 네팔은 수력발전 생산 전력 수출액을 지난 10년간 연평균 75%씩 늘려왔지만 이번 재난으로 전력 생산량의 12%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약 70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소 8곳과 건설 중인 발전소 4곳이 피해를 입었다. 일부 수력발전소는 토사에 매몰돼 피해 지역에선 전력난을 겪고 있다.
기반시설 피해액은 약 12억 5000만 네팔 루피(약 111억 6250만원)로 추산됐다. 교량 50여개가 피해를 입었고 이 중 보수 공사가 가능한 건 20개뿐이다. 약 30개 교량은 유실됐다. 4000여 가구에 식수를 공급하던 상수도 시설도 홍수에 휩쓸려 파괴됐다. 식수 공급 시설 피해액은 총 약 6억 4000만 네팔 루피(약 57억원)로 추산되며, 하수 및 위생 시설 피해액은 약 2억 9000만 네팔 루피(25억 897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팔과 중국을 잇는 유일한 육로인 지룽 국경 검문소는 완전히 파괴됐다. 이곳은 두 나라 간 교역의 3분의 1을 담당하던 곳으로 중국 국경으로 이어지는 80km(50마일) 길이의 도로와 출입국 시설이 토사에 휩쓸렸다. 현재 중국 당국이 구조 장비·보급품 전달을 위해 임시도로만 개통한 상태다. 산사태 조기 경보 시스템도 홍수에 사라지면서 양국는 재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네팔은 복구 비용에 최대 50억달러(약 6조 8300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이는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네팔은 2015년 발생한 코르카 대지진을 복구하는 데도 8년 이상이 소모됐다. 약 3만명의 사상자를 낸 코르카 지진 복구 비용 탓에 네팔은 11년새 정부 부채비율이 26%에서 45%로 뛰었다.
네팔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을 향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네팔 정부는 이번 피해를 탄소를 많이 배출한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의 문제로 규정하고 중국과 미국, 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은 "인구 3000만명의 농촌 지역이 대부분인 네팔은 산업화된 국가들에 비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한다"며 "네팔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원조나 자선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에서는 기후위기 경각심과 함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네팔과 중국, 인도에서 잠재적으로 위험한 빙하호는 47곳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