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뜨거운 데다 휘발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며 물가를 자극하는 반면 자신을 의장으로 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무역을 끊겠다며 금리인하 압박의 수위를 높여서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 통화긴축 행보가 확산할지도 주목된다.
◇한국과도 무역중단? 트럼프의 극단적 워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그는 지난 8월 고용지표 호조를 언급하며 "미국은 불과 얼마 전보다 훨씬 강한 신용도를 갖춘 만큼 '예전처럼'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낮은 금리를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고금리로 미국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NBC방송은 "미국은 주요 교역국을 포함해 수십 개 국가에서 무역적자를 크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워싱턴DC 백악관에서도 "어떤 나라는 금리가 0.5%인데 우리는 4%(실제로는 3.5~3.75%임)"라며 미국 금리가 1% 또는 0.5%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지표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이날 노동부는 지난 8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달보다 16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 증가폭(5만5000명 안팎)을 3배 가까이 웃돌아 경기가 뜨겁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에너지 물가의 척도인 휘발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애널리스트는 노동절인 7일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3달러로 2012년 기록한 노동절 최고치(갤런당 3.83달러)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59.4%로 본다. 이에 앞서 오는 10일, 11일 각각 발표될 8월 PPI(생산자물가지수)와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마지막 퍼즐조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시 의장은 최근 잭슨홀미팅의 기조연설에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책무를 강조했다.
◇주요국 통화정책회의 줄줄이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ECB는 오는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기존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금리인상을 당연시하면서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ECB의 금리인상 결정보다 연내(12월) 추가인상 신호를 내놓을지에 더 주목한다"고 전했다.
유럽발 긴축바람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국보다 결정을 늦게 하는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이 확실시된다. 오는 18일 정오에 금리를 발표하는 일본은행은 현재 1.00%인 정책금리를 1.25%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동정세에 따른 유가상승, AI(인공지능) 관련 수요확대, 엔화약세를 인플레이션 압박요인으로 꼽으며 9월을 포함해 회의마다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