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복무 중 여성 간부에게 "같이 놀자"는 취지로 말해 군기교육 처분을 받은 병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전역을 한 상태라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A씨가 "군기교육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속 부대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군 복무 당시 근무지원병이었던 A씨는 오후 9시쯤 에어컨 필터를 촬영하기 위해 여성 간부의 숙소를 방문했다. A씨는 촬영을 마친 뒤에도 즉시 숙소에서 나가지 않고 간부에게 같이 놀자는 취지로 말했다. 부대는 A씨가 군인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군기교육 5일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군기교육 기간은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탓에 A씨는 예정일보다 5일 늦게 전역했다. A씨는 군기교육 기간의 급여를 받지 못했고 진급이 약 1개월 늦어져 동기들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았으며, 징계 이력이 향후 공무원 임용이나 승진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이미 전역한 만큼 처분 취소를 주장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처분 기간에 대한 급여를 모두 지급받았고 직접적인 금전적 불이익이 없다"며 "동기들과의 급여 차액을 지급받지 못한 건 진급 선발 제한이라는 법령 규정에 따른 간접적 불이익"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병사가 복무 중 징계를 받은 이력은 병적증명서 등 병역의무 이행 여부를 증빙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발급되는 문서에 기록되지 않는다"며 "징계 이력이 공무담임권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규정한 법령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처분을 취소하더라도 군인 신분이 회복되거나 진급권자가 A씨를 소급해 진급시킬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소송을 각하했지만 본안에 대해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가정적인 판단도 내놨다. 늦은 저녁 여성 간부가 혼자 지내는 숙소를 업무상 방문한 병사가 상급자에게 한 발언을 군인의 일상적인 대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비행행위는 평균적인 군인을 기준으로 한 사회통념상 군 내부 위계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고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도 있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