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마이웨이" 워시… '연준 독립성' 의구심 씻어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9.18 03:05

美 기준금리 인상
"2% 인플레 목표 지향, 통화완화 조치 거둬들인 것"
경제·기업부담 커져도… 중앙銀 공신력 유지 신호
'점도표' 중간값 4.1%… 내년엔 추가 인상 없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식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오래 지속됐다.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시장이 주목한 것은 취임 4개월을 맞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워시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린 데 더해 금리를 인하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선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취임 후 끊임없이 따라붙던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① 워시, 의구심 씻어냈나

연준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통화긴축 기조에 시동을 걸었다. 워시 의장은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신용 여건이 연준의 물가 목표(2%)에 보다 더 부합하도록 그동안의 통화완화적 조치 일부를 거둬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2.4%로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물가가 목표치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추가 긴축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내비친 것이다.

모닝스타의 프레스턴 콜드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가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면서 '매파본색'(통화긴축 선호)을 확연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② "한 번으로 안 끝나"…내년 속도조절 전망

이날 금리 인상은 연준 위원 12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자 연준 위원들이 시장에 확산한 금리 인상 기대감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애널리스트는 "만장일치 인상 결정은 최근의 에너지 가격 상승과 끈질긴 물가 압력이 지난 6, 7월 금리 동결 결정을 이끌었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들까지 설득했음을 보여준다"며 "한 차례 인상으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긴축 기조가 2022~2023년처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경제가 당시처럼 과열 국면이 아닌 데다 이미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 만큼 물가와 고용지표를 확인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연준 위원들이 전망한 내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이 4.1%로 올해 말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에는 추가 인상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한차례 추가 인상 후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확률을 이날 79.3%로 반영했다.

③ '독립성' 발언…트럼프 뜻대로 안됐다

시장을 더 흔든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맞선 워시 의장의 입장이다. 워시 의장은 "독립성은 양방향 도로", "연준 독립성의 핵심은 우리가 '우리의 본분(lane)'을 지키는 것"이라며 연준이 행정부의 통상·재정 영역을 침범하지 않듯 백악관 역시 중앙은행 고유의 영역인 통화정책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맹비난하면서 1% 이하 저금리 기조를 재차 압박했지만 워시 의장은 '4%+α(알파)'로 선을 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연준이 인플레이션 차단이라는 본연의 목적 외에 자칫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으로 해석한다. 금리 인상으로 경제와 기업 부담이 다소 커지더라도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물가 안정과 자산시장 경착륙을 막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워시 의장이 이날 '연준 독립성'을 재차 선언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채권시장 금리는 하락했다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기자회견 발언이 전해진 직후 급반등했다. 시장 가격에 이미 25bp(1bp=0.01%포인트) 인상이 반영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금리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전장보다 3.3bp 오른 5.029%까지 치솟으면서 5%선을 다시 넘어섰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전날보다 5.6bp 오른 4.71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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