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년 만에 백악관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B-2 스피릿 전략폭격기와 F-22 랩터 전투기까지 동원한 대규모 환영식을 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시 주석 부부를 영접하고 국빈만찬까지 열면서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추는 셈이다. 양국이 무역과 인공지능(AI) 등을 둘러싼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상 간 담판이 지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AFP통신·뉴욕타임즈(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시진핑 주석은 오는 23~25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양국 정상은 24일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과 인공지능(AI)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오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직접 나가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을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방문에 맞춰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새로운 화강암 헬리콥터 착륙장을 개장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국빈방문 행사는 24일 오전 백악관에서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시 주석 부부가 참석하는 공식 환영식에는 미군 전 군종을 대표하는 장병 479명이 동원된다. 백악관 남쪽 진입로인 사우스드라이브에는 미군 의장대가 도열하고,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는 육군 트럼펫 연주단이 팡파르를 울린다. 이어 백악관 본관에서 해병대 군악대가 중국과 미국 국가를 연주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각각 연설한다.
로즈가든에서는 육군 올드가드 파이프·드럼단과 해병대 의장대, 해병대 드럼·나팔단 등이 참여하는 군 사열과 시범 공연이 진행된다. 환영식의 마지막에는 미 공군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1대와 F-22 랩터 전투기 4대가 백악관 상공을 비행한다.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스텔스 전략자산을 국빈 환영 행사에 투입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B-2 스피릿 전략폭격기와 F-22 랩터 전투기를 동원한 축하 비행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백악관 공식 국빈방문 행사에 B-2와 F-22를 투입해 시 주석에 대한 군사 의전의 규모를 한층 키웠다.
환영식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무역휴전 연장과 희토류 공급, 인공지능(AI)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앞서 무역과 희토류의 세계시장 공급, 인공지능 등을 회담 의제로 거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맨해튼에 있는 JP모간 체이스 본사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한 것으로, 베선트 장관은 미국 측이 국가 안보 위협 수준에 이르는 AI 관련 사건에 대해 서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한 공식적인 미·중 AI 대화 창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액시오스는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AI 협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광물 공급을 지속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번 협정은 오는 11월 10일 만료될 예정이다. 양국은 협정 연장 가능성을 놓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이 회담하는 동안 멜라니아 여사와 펑 여사는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을 함께 방문한다. 백악관은 두 사람이 수세기에 걸친 아시아 예술 작품과 미-중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계기로 별도 일정을 갖는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저녁에는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시 주석 부부를 위한 국빈만찬을 연다. 미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AI)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 등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 수장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만찬 내용은 23일 추가 공개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에는 두 정상 부부가 백악관 레드룸에서 차를 마신 뒤 함께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방문한다. 이곳에서 두 정상은 미국의 건국 이념을 담은 독립선언서, 헌법, 권리장전 원본 등 이른바 '자유의 헌장(Charters of Freedom)'을 관람한다. 특히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특별 전시 중인 조지 워싱턴의 1787년 헌법 초안(수기 수정본)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시 주석 부부를 배웅하면서 3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이 끝난다.
이번 방미는 시 주석 부부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빈방문 이후 11년 만에 백악관을 찾는 것이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자체는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약 3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 이어 반년 안에 상호 방문하게 된 것을 두고 "역사적 의미를 지닌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AFP는 추가 정상회담 개최 발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 과 시진핑 주석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12월 마이애미 도랄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초청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