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올리는 3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전망이 등장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쿡 이사는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테크위크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AI 인프라 투자, 유가 상승, 중동 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물가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미 에너지와 건설 인력과 같은 공동 자원에 대한 경쟁을 부추기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약속한 2조달러(약 2720조원) 규모의 투자 중 실제로 집행된 금액이 아직 일부에 불과한 데다 AI 관련 주가 상승이 소비 지출을 자극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쿡 이사는 AI가 "우리 생애 가장 중요한 기술적 변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AI가 전체 생산성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향후 몇 년간 완만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올해 발생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할 만큼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이런 메커니즘이 어떻게, 언제 작동할지와 관련된 모든 추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해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쿡 이사는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인플레이션을 목표치(2%) 수준으로 계속 낮추기 위해 어떤 정책금리가 필요한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 조정 횟수와 인상 폭은 앞선 인상에 따른 경제 반응과 앞으로 발표될 물가상승률 및 고용지표를 바탕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AI가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높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전문지 빅고파이낸스는 "쿡 이사의 이번 연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법을 유지하는 한편 AI를 통화정책 논의의 '새로운 변수'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연준의 추가 긴축 전망을 한층 강화했다. 연준 위원들은 이달 FOMC에서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1%로 제시하며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시 18명의 위원 가운데 16명이 연내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10월(27~28일)에 이어 12월(8~9일) FOMC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다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10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70.3%로,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53.49%로 각각 반영하며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가 4.25~4.50%까지 오를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은 3.75~4%다.
한편 미국은 오는 30일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발표한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8월 PCE 물가지수와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 제외 근원 PCE 물가지수 모두 전월비 상승률이 0.3%를 기록해 7월 0.2%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8월 기준 지난 1년간 미국의 전체 물가 상승률은 연준 목표치의 약 두 배에 달하는 3.8%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