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 견제 및 자국 기업 점유율 확보 등을 목적으로 산업가속화법(IAA)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현재 EU가 논의 중인 법안에는 전기차 등 주요 산업 부문에서 완제품의 부품 70% 이상을 유럽산으로 충당하고, 역내 조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발효되면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EU 역외에서 생산된 제품은 EU 회원국의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현대차·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포함한 일부 유럽 판매 물량을 역외에서 생산·조달하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현지 생산을 늘리고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일본 토요타의 경우 EU 역내인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에 공장이 있지만, 조립공장은 역외인 영국과 튀르키예에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로 EU 회원국에서 제외돼 역외 조립에 해당한다.
이번에 마련된 법안은 지난 3월 4일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했으며, 이후 유럽의회에서 수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월 당시 초안에 따르면 산업가속화법을 통해 중국 자동차 업체의 부상에 대응하고 현지화 인센티브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실제로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이노베브에 따르면 2025년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90% 늘어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에서 11.5%를 차지했다.
중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에서 현지 생산으로 글로벌 공략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9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이후 중국계 완성차 업체가 발표한 유럽 생산 계획은 10건을 넘어섰다. 유럽 내 생산 규모도 올해 연간 약 10만대에서 2030년 8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 추진중인 법안으로 인해 현지 공장뿐 아니라 부품까지 현지화하는 '풀 벨류체인' 구축이 불가피하다. 중국 역시 공급망을 현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의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면 현대차·기아차를 포함한 기존 업체들과의 판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은 유럽의회와 EU 이사회 심의를 거쳐 최종 채택될 예정으로, 이르면 2028년 발효될 전망이다. 유럽의회의 법안 수정안 제출 기한은 오는 30일이다. 업계에선 이번 법안이 중국산 전기차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수정안에 일본이나 한국 차에 대한 구제책이 포함될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