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인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54)가 수상 소식을 접한 때는 5일(현지시간) 이른 새벽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밤늦게까지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제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던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날 새벽 2시30분쯤 일을 마치고 겨우 침대에 누웠다. 바로 그 순간 스웨덴 노벨위원회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 뒤로 잠은 완전히 달아났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수상 발표 약 1시간 뒤 이뤄진 AP 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전화를 받은 후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며 얼떨떨하면서도 벅찬 심정을 전했다.
세계적인 학술 영예를 안은 아침이었지만 그의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시작됐다. 자녀들의 아침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수상 직후 가장 먼저 할 일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 학교 점심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이날 다이서로스 교수를 비롯해 독일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들은 빛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광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상 발표는 중부유럽서머타임으로 이날 오전 11시30분, 미국 태평양서머타임으로 이날 새벽 2시30분에 나왔다.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선정 통보 전화는 대개 공개 발표 수십분 전에 이뤄진다.
광유전학은 빛과 유전학을 결합해 특정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특정 신경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주입한 뒤 특정 파장의 빛을 쬐어 해당 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이다.
연구의 출발점은 역설적이게도 뇌가 아니었다. 헤게만 교수와 나겔 교수는 빛을 향해 헤엄치는 단세포 녹조류에 주목했고 푸른빛을 받으면 세포막에 통로를 열어 전기 신호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발견해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 발견을 신경과학에 결정적으로 적용했다. 해당 단백질 유전자를 포유류의 신경세포에 이식해 살아있는 생쥐의 뇌 속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술을 완성해낸 것이다.
과거 과학자들은 특정 신경세포의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 전기 자극이나 약물을 사용했지만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함께 자극받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광유전학은 목표로 한 신경세포만을 핀포인트로 제어할 수 있어 뇌 회로가 감정과 행동, 정신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이 전 세계 연구실에서 뇌의 비밀을 파헤치는 표준 도구로 자리 잡으며 신경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정신의학과 생명공학을 융합해온 학자다. 스탠퍼드대는 다이서로스 교수가 정신의학·행동과학 및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