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위상 훼손"…트럼프 SNS에 수상자 비난글 공유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10.10 04: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프리먼 콜리세움에서 중간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사진=권성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나비 필라이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과 노벨위원회를 맹비난하는 글을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유한 글에는 "오늘 노벨위원회는 유엔의 나비 필라이에게 노벨평화상을 줌으로써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한때 위대했던 노벨평화상의 위상을 훼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필라이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증오하는 인물", "테러리스트들을 찬양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보상을 제공한 인물"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글의 작성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전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켰고 지금도 그것을 확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인질 귀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란 저지,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바로 이런 일들이 노벨평화상이 인정하고 보상하고자 했던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나비 필라이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로이터=뉴스1 /사진=(로이터=뉴스1) 이호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글을 별도의 설명 없이 공유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결과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는 8개의 전쟁을 해결하고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노벨평화상 수상 기대감을 거듭 내비쳤지만 이날은 백악관에서 열린 '콜럼버스의 날' 기념행사 연설 등에서도 노벨평화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필라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인권법 전문가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과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린 유엔 독립조사위원회를 이끈 핵심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필라이의 노벨 평화상 수상 발표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필라이가 재판관으로 몸담았던 ICC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백악관은 이번 제재 조치가 노벨상 발표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교가에서는 ICC 재판관 출신이자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필라이가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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