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점에 도달했단 평가가 나오는 넷플릭스가 숏폼 등 전통적인 영화·영상과 거리가 먼 콘텐츠로 승부를 걸고 있다.
LA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넷플릭스가 800명을 해고할 거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정규직 직원 수는 약 1만6000명이며 감축 인원은 5% 정도 규모다. 실제 감축될 경우 2022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 주요 감원 대상인 걸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가 늘며 '시청 시간'이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 지표가 됐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 등 올해 히트작이 부재하단 지적을 잇따라 받았다. 콘텐츠 투자가 늘었음에도 올해 상반기 시청 시간이 약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가도 최근 1년 새 42% 빠지는 등 맥을 못추고 있다.
웰스파고 증권은 지난달 18일 넷플릭스에 대해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투자 의견을 낮췄다. 시청률 감소와 올해 하반기 콘텐츠 라인업이 약한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스티븐 카할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기 콘텐츠 100편의 구독자 1인당 일일 시청 시간이,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 총 이용 시간을 960억 시간으로 추정했다. 1인당 하루 이용 시간으로 따지면 지난해보다 4% 줄어든 수치다.
어큐베스트 글로벌어드바이저의 에릭 클라크 최고 책임자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넷플릭스는 진정한 블록버스터급, 시청률 상위 100위권에 들 만한 작품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시청자를 몰입하게 할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단 것.
시청자 확보 측면에서도 유튜브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넷플릭스의 미국 TV 시장 점유율은 8% 이하였다. 반면 유튜브는 14.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모하메드 칼루프 HSBC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보는 시간 뺏자" 짧은 동영상·라이브 콘텐츠에 투자
넷플릭스 성장 한계론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와 관련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넷플릭스는 유튜브로부터 시청 시간을 빼앗기 위해, 짧고 간결한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넷플릭스가 2021년 코미디 프로그램의 짧은 장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짧은 영상 영상을 보여줬다가 이를 중단한 뒤, 올해 초 다시 짧은 영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볼 수 있는 세로형 숏폼으로, 위아래로 넘기며 넷플릭스 핵심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에 익숙한 1020 세대에 맞춘 전략으로 풀이된다. 롱폼 콘텐츠에 집중하던 넷플릭스가 시청 시간 확보를 위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단 거였다.
이에 따라 영역이 겹치는 걸로 보이지 않았던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3일 "넷플릭스가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어린이 프로그램'에 주목하는 점도 눈에 띈다.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미스 레이첼, 마크 로버 등을 영입한 결과 인기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에 유튜브는 넷플릭스와 계약할 시 수익성 높은 브랜드 계약을 성사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크리에이터들에게 경고하는 등 양사의 신경전도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생중계하는 라이브 콘텐츠에도 힘을 싣고 있다. 라이브 콘텐츠는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뛸 수 없어 광고 매출에 도움이 된다. WSJ은 "실시간 TV 방송이 넷플릭스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연간 콘텐츠 예산은 약 200억달러 규모다. 이중 라이브 콘텐츠에 약 5%를 투자하고 있다. 단순 환산하면 10억달러 규모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주주 서한에서 글로벌 생중계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 대해 "세계적으로 1840만명이 시청하고 80개국 주간 '톱10' 진입, 24개국 1위 기록을 세웠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넷플릭스는 라이브 이벤트가 신규 가입자 유치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라이브 콘텐츠의 시청 시간은 전체 1% 남짓이라,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단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약 15억달러(약 2조2600억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으며 내년까지 광고 매출을 2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