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이터센터 값비싼 대가...트럼프 '50% 관세'에 철강 가격 4년만 최고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10.17 08:34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사진=(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에 부과한 고율 관세 여파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4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철강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이지만 철강을 원자재로 쓰는 미국 내 제조업과 건설업계,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용 부담을 떠안는 역풍을 맞았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정보업체 패스트마켓츠가 집계한 미국 철강 벤치마크인 열연강판 가격이 숏톤(약 907㎏)당 1255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2% 오른 수준으로 2022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다.

철강 가격이 급등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캐나다·멕시코 등 핵심 교역 상대국을 향한 무역 가이드라인을 수시로 바꾸면서 구매업체들이 해외 주문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CRU 그룹의 조지 스푸어스 철강 연구 수석은 "수입 규제와 끊임없이 변하는 무역 정책 때문에 구매업체들이 해외 주문을 대폭 줄이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미 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완제품 철강 수입량은 약 1300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미국 내 전체 완제품 철강 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9%에서 올해 16%로 축소됐다. 연말 제철소 정기 설비 보수까지 예정돼 공급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철강 가격 상승으로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 부담이 줄면서 미국 철강업계 1위 뉴코의 주가가 올해 50% 이상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발표될 철강사들의 3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본다.

반면 철강을 원자재로 쓰는 미국 내 자동차·제조업체, 건설사, 데이터센터엔 비상이 걸렸다. 현재 미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유럽 시장의 약 1.5배, 중국의 3배 수준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황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시장에서는 철강 가격 급등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이슈로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제철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명분은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제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철강 공급 협상에서 주도권이 제철사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며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제조업체들의 비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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