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주도한 학생 운동 세력이 세르비아 총선에서 승리하며 알렉산다르 부치치의 12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세르비아 총선에서 2년간 반정부 시위를 이어온 학생 주도 정치세력 '학생명부(Students' List)'가 부치치 전 대통령이 이끄는 세르비아진보당(SNS)을 누르고 승리했다.
부치치 전 대통령은 투표 종료 약 1시간 30분 만에 "이제 우리가 패배했고 학생명부가 승리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학생명부'가 전체 250석 가운데 135~14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식 개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약 70%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패배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수도 베오그라드를 비롯한 도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학생명부 후보인 라도미르 사이치치는 "오늘 밤은 단순히 선거 결과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두려움을 이겨 낸 시민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학생 운동의 도화선이 된 건 2024년 11월 노비사드 기차역에서 발생한 지붕 붕괴 사고였다. 당시 사고로 16명이 숨지자 부실 공사와 정부의 부패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2년간 시위를 이어왔다. 이후 교사와 농민 등이 참여하며 전국적인 반정부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도자 없이 대학생들이 주도한 학생명부가 부치치 정부의 강력한 도전 세력으로 부상했다. 학생명부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커진 유권자들을 겨냥해 정파를 초월한 경제 재건과 민주주의 회복을 내세웠다. 학생들이 직접 출마하지 않는 대신 여러 분야 인사들을 후보로 내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온 부치치는 이들을 자신을 축출하려는 외국 주도의 시도라고 비판해 왔다. 2014년부터 총리와 대통령 등을 역임하며 12년간 세르비아를 통치한 부치치 전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총리직에 도전했으나 선거에 패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세르비아 국민들이 기록적인 수로 투표에 참여해 자국의 미래를 결정했다"며 축하를 건넸다. 이어 "우리는 법치주의와 언론의 자유, 부패 척결, 강력한 민주주의 제도와 관련한 개혁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을 향한 미래를 함께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