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의 연립정부 구성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누구든 협상을 통해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해결책이나 순조롭게 진행될 확률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협상 실패 후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아랍 정당 캐스팅보트…'네타냐후 앙숙' 아바스 주목
28일 타임즈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29일 오전 개표율 91.7% 시점에 제1당 리쿠드당과 극우파로 구성된 현 네타냐후 내각 연정 연합이 53석을, 아이젠코트 대표가 이끄는 야권 연합이 4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연정 세력과 야권 연합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에 아랍계 정당들이 19개 의석을 캐스팅 보트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도·실용주의로 분류되는 통일아랍명단(라암)은 7석, 발라드·타알·하다쉬 3개 아랍 정당 연합인 '공동명단'의 합계 의석 수는 12석으로 추산된다.
라암은 아랍 정당 중에서 가장 유력한 연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만수르 아바스 당대표도 출구조사 발표 직후 "여러 방향에서 연락을 받고 있다"면서 우파 측 인사들과 접촉 중임을 시사했다. 다만 하마스의 기습과 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아랍 정당을 향한 유대계 반감이 높은 상황이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라암은 2021년 야권과 연합해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한 이력이 있다.
정치 안정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야권 연합이 타협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요하난 플레스너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은 유대 매체 JTC 인터뷰에서 아랍 정당과 협상을 배제하고 네타냐후 총리와 야권 연합이 타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기반을 굳힌 다음 야권 연합 중 한 곳을 연정에 참여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초정통파 유대교 단체 하레디 신자들에 대한 병역 면제 법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네타냐후 연정 세력을 떠받쳐온 극우 성향 종교 정당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플레스너 소장은 "이스라엘 여론은 (야권 연합과 연정을) 선호할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실현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아이젠코트 '민족주의' 강조…대타협 가능성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직후 연설에서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아랍 정당들과 연합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말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시오니즘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언했다. 둘 다 아랍 정당과 연합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아이젠코트 대표는 "신뢰도 정당한 권한도 얻지 못한 임시 총리"라며 정권 교체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산하 버락 리더십 센터의 우디 소멜 소장은 일본 닛케이 인터뷰에서 "연립정부 교섭에 실패해 재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스즈키 히로유키 도쿄대 특임 부교수는 "연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임시 정부를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경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중동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재선거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연정 구성을 위한 타협을 촉구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연정 구성을 주도할 우선 협상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 곧 결정할 예정이다. 의석 수가 가장 많은 정당 대표를 지명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엔 차기 총리 후보로서 가장 많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내다봤다. 이 경우 단일 최대 정당인 리쿠드당 수장 네타냐후 총리가 아니라 아이젠코트 대표가 우선 협상권자로 지명될 수도 있다.
헤르초그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협상권자는 최대 42일 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협상권자가 실패할 경우 헤르초그 대통령은 다른 총리 후보에게 협상권을 부여할 수 있다. 정부 구성 기한은 28일이다. 여기서도 실패하면 크네세트 과반인 61석의 추천을 받은 인사에게 정부 구성 권한이 주어진다.
이렇게 해도 2주 안에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면 재선거는 내년 3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내 재선거 상황이 온다면 적어도 3월까지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 직책을 수행한다.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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