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열차 참사 '관제 실수' 지목…노후 안전망·책임론 논란

이지웅 기자, 윤세미 기자, 조성준 기자
2026.10.29 16:33
(로이터=뉴스1) =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톨레도주에서 발생한 렌페 고속열차와 이리오 고속열차 간 충돌 사고 현장에 충돌 열차들이 선로를 이탈해 있다. 탑승자 544명 중 최소 64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2026.10.2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최소 68명이 숨진 스페인 고속열차 참사의 원인으로 관제센터의 잘못된 운행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전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상황에서 앞선 열차가 선로에 멈췄는데 뒤따르던 열차에 정상 운행을 지시했다는 게 스페인 정부의 설명이다. 단순한 실수를 넘어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논란도 벌어진다. 스페인 정부는 29~31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정부·교통장관, 관제 실수 지적

28일(현지시간) 엘파이스와 EFE통신 등 현지 매체는 사고 직전 관제센터와 열차 기관사들이 주고받은 통신 녹취를 공개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30분쯤 컴퓨터 통신 오류로 열차 안전 시스템 'LZB'가 작동을 멈추면서 열차 6대가 정차했다. 이후 철도 관리기관 ADIF의 관제센터가 선로 신호와 운행 지시를 통해 열차를 통제하는 'BSL'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오전 8시36분 관제센터는 국영 철도회사 렌페 열차에 '정상 운행'을 지시했다. 약 25㎞ 앞 같은 선로에는 민간 철도회사 이리오 열차가 정차해 있었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장관은 이 같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엘파이스가 공개한 통신 녹취에 따르면 렌페 열차 기관사가 정상 운행이 맞는지 되물었지만 관제센터는 그렇다고 답했다. 관제센터가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오전 8시41분 이리오 기관사는 렌페 열차에 운행을 지시했던 관제 직원에게 정차 사실을 알리고, 오전 8시48분에도 안전 시스템을 재가동하지 못해 여전히 멈춰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렌페 열차에 정차 지시가 내려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렌페 열차는 오전 8시53분 이리오 열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우르다=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 120㎞ 떨어진 우르다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한 고속열차 탑승 승객의 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최소 68명으로 증가했고, 부상자도 18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6.10.29. /사진=민경찬

노동계, 노후시스템·과로 주장

사고를 단순한 관제 직원의 실수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스페인 공무원노조 CSIF는 정부가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관제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푸엔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9월부터 철도 직원들의 하루 최대 12시간 근무 등 과도한 업무 부담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노후 안전 시스템도 논란이다. 장애를 일으킨 안전시스템 LZB는 1992년 노선 개통 당시부터 사용해 왔다. 2021년 스페인 철도 당국은 이를 유럽 표준 열차제어 시스템인 ERTMS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카스티야라만차 지역 정부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68명이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 등에 따르면 28일 밤 기준 누적 부상자는 183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외교부는 사고 열차에 탑승한 한국인 11명 중 2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1명은 퇴원하고 1명은 입원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끝까지 진상을 밝힐 것이며 과실이 있었다면 드러날 것"이라며 "안전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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