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 정부의 전기화와 탈탄소 등 주요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 확대도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1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며 "계속해서 전기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최대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당연히 원전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간담회 전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에너지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의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을 위한 한-IEA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중동전쟁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선제적인 에너지 정책 시행으로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께 3가지 정책과 관련해 축하의 말씀을 드렸다"며 "첫번째는 현재 에너지 위기로 많은 국가들이 높은 물가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좋은 정책을 내면서 물가 위기로부터 타격을 덜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이 말한 좋은 정책이란 석유최고가격제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한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비롤 사무총장은 "두번째로 한국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서 전기화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축하드렸다"며 "세번째는 한국이 자국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다른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전기화에 대해서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오늘날 에너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석유나 가스, 우라늄, 리튬이 아니라 신뢰"라며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는 국가이고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현재 에너지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한국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전기화를 선택했기 때문에 라이즈 아시아(RISE ASIA)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의 많은 개도국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IEA도 한국을 전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즈 아시아란 전통적 에너지·자원 수급과 전력시스템 안정성 등을 통합 진단해 아시아 에너지 위기대응을 강화하는 협력 구상이다. IEA는 이번 기후부와의 만남을 통해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라이즈 아시아를 발표했다.
전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전력망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며 "유럽의 경우 지난해 재생에너지 생산량 증가폭이 가장 컸지만 전력망을 충분히 설치하지 못한 탓에 생산한 전력의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우선 전력망을 굉장히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과 어떤 주체가 요금을 부담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마다 다르지만 공공기관이 우선 (전력망 구축 비용 부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다음에는 민간기업들이 그 역할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망 구축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산지소(전기를 생산한 곳에서 전기를 소비하는 것)를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정부도 아시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장관은 "싱가포르에 있는 IEA 지역협력센터와 함께 아시아 각지의 에너지 현실을 분석하고 전기화와 관련한 한국의 제조 역량을 집중해서 아시아 국가들이 전기화로 가기 위한 여러 사업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방식의 공동대응을 통해 아시아가 궁극적으로 전기화 국가로 전환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