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법 위반 206건 적발…블랙리스트·불법파견은 '위반 아냐'

세종=강영훈 기자
2026.10.22 15:00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쿠팡 계열사에 대한 기획감독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을 적발해 61건을 사법처리하고 145건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이른바 '블랙리스트'와 불법파견 의혹은 법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2020년 숨진 고(故) 장덕준씨 사건에서는 당시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가 확인됐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노동부는 22일 쿠팡과 계열사에 대한 산업안전·근로기준 감독 결과와 장씨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안전 감독은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 10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61건은 사법처리하고 144건에는 약 19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여기에 근로기준 분야 취업규칙 미작성 1건이 더해져 전체 위반은 206건, 과태료 부과 대상은 145건이 됐다.

노동부는 감독 과정에서 산재 은폐 의심 사례 2건도 확인해 수사에 착수했다. 합의금 지급이나 관리자 면담 등을 통해 노동자가 산재 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119 구급차로 이송됐다가 중간에 내린 사례까지 일일이 확인해 실질적인 회유 정황을 잡아냈다"며 "사업장의 산재 은폐 정황을 포착해 사법 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이 이번 감독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사례는 25건으로, 약 1억7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 밖에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 미설치, 지게차 접촉방지 조치 미실시 등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조치 위반 59건은 수사할 계획이다. 특수건강진단과 휴게시설 관련 위반 등 119건에는 약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장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쿠팡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가 확인됐다. 대표이사는 장씨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회사 측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장씨의 물 마시기와 화장실 이용, 대기, 대화 시간 등을 분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처음 제출한 CCTV 영상에는 장씨가 나오지 않았고, 이후 제출한 영상에서야 장씨가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의 진술도 CCTV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당시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 등을 확인했지만, 산재 은폐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재 은폐죄는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데 더해 적극적인 은폐 행위가 있어야 성립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 등은 모두 사실로 인정했지만, 행정 절차상 산업재해조사표가 지청에 도달해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도 만료돼 노동부는 해당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추가로 제기된 의혹은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근로기준 분야에서는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을 운영하면서 관련 내용을 취업규칙에 작성·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과태료 7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PIP를 통한 해고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퇴사자 명단을 채용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다른 기업에 명단을 공유해 취업을 방해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 금지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쿠팡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간 불법파견도 인정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2024년 CLS 감독 이후 권고한 개선 사항 가운데 소분류·상차 작업환경 개선과 프레시백 교체, 3회전 배송 방식 개선 등은 이행되지 않아 조속히 완료하도록 재차 지도할 계획이다. 산업재해조사표 작성 가이드라인 마련과 산재보상 승인 사유 통보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내년에는 다른 물류센터로 감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감독에서도 핵심 의혹 규명에는 한계가 드러났다. 노동부는 쿠팡 관련 사망자 23명과 산재 신청 3건의 차이에 대해 유족·관계자 접촉과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돼 충분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씨 사건에서는 2020년 노동부의 초기 대응도 논란이 됐다. 노동부는 당시 감독관이 쿠팡의 CCTV 영상을 열람했지만 근로시간 위반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돌려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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