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의 이름을 알아야 국경을 지킨다…아시아로 퍼지는 K-식물검역

세종=정혁수 기자
2026.10.27 11:00

-농림축산검역본부·KOICA, 아시아 10개국 전문가 20명 초청 식물검역 기술 전수
-2006년부터 개도국 검역인력 양성…곡물해충 분류동정 기술로 글로벌 협력 확대

/사진제공=검역본부

국경을 넘는 것은 사람과 상품만이 아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해충도 농산물에 숨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오간다. 때로는 이 작은 생명체 하나가 농업에 큰 피해를 남기고 국제교역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식물검역은 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의외로 단순한 질문이 놓여 있다. '이 벌레의 이름은 무엇인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식물검역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우리 농업을 지켜온 검역 기술을 다른 나라와 나누며 아시아 농업의 안전망을 넓히는 국제협력 사업이다.

검역본부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네팔,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부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10개국 식물검역 전문가 20명을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교육의 주제는 '딱정벌레목 분류동정'이다. 딱정벌레목에는 국제적으로 검역상 중요하게 다뤄지는 해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곡식수시렁이 등 저장곡물해충은 수확한 쌀과 밀의 양과 품질에 손실을 입힐 수 있어 각국의 관심이 높다.

/사진제공=검역본부

문제는 이들 해충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식물검역 현장에서 해충의 종을 정확히 판별하는 '분류동정'은 검역조치를 결정하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하지만 아시아 일부 개발도상국은 이를 수행할 전문인력과 기술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검역본부는 이번 연수에서 관련 이론 강의와 그룹 실습을 통해 한국의 검역 기술을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분류동정 기술을 익히는 한편, 각국의 식물검역 제도와 현장 경험을 나눴다.

한국의 식물검역 기술을 배우려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인연은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검역본부는 2006년부터 개발도상국 식물검역 전문가를 대상으로 초청 연수를 진행해 왔다. 2024년까지 교육을 마친 전문가는 361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연수가 실시되지 않았지만 올해 다시 20명의 전문가가 교육에 참여했다.

/사진제공=검역본부

그동안 교육 내용도 병해충 분류동정에서 예찰 관련 국제 워크숍 등으로 확대됐다. 기술 전수에 그치지 않고 국가 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의 장으로 발전시켜 온 것이다.

국가 간 농산물 교역이 늘어날수록 식물검역은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수출국이 병해충을 정확히 판별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수입국의 검역 안전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박경희 검역본부 수출지원과장은 "국가 간 농산물 교역이 확대될수록 식물검역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수사업을 통해 개도국의 식물검역 역량이 강화되고 참가국 간 협력이 지속돼 농산물 교역의 안전성 확보가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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