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한국형 국부펀드…내년에 출범할 수 있을까

최민경 기자
2026.11.04 04:15

[초과세수, 미래대응기금·국부펀드 나눠 담자]④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 국회가 본격 가동됐다. 821조원 예산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다. 최대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여야는 이를 각각 '재정댐'과 '쌈짓돈'이라 부르며 엇갈린 시각을 드러낸다. 초과세수를 국부펀드에 좀 더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과세수와 추가세수의 지속 가능한 활용법을 짚어본다.

'한국형 국부펀드'가 별도 공사 설립에서 한국투자공사(KIC) 내 계정 신설로 가닥을 잡았지만 내년 출범까지는 과제가 적지 않다. 초기 자본금은 20조5000억원을 웃돌지만 대부분 공공기관 지분과 물납주식으로 채워지고, 미래대응기금의 현금출자는 5000억원에 그친다. 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고 법 개정과 전담 운용체계 구축도 마무리해야 한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형 국부펀드의 초기 자본금은 정부 보유 공공기관 지분 약 16조원 이상과 상속·증여세 물납주식 약 4조원, 미래대응기금 현금출자 5000억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정부 자산을 국내외 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 수익을 국부로 축적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투자기구다. 정부는 올해 1월 경제성장전략에서 초기 자본금 20조원 규모의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20조원 넘는 자본금이 곧바로 전략산업에 투입되진 못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분은 배당 수익을 확보하는 용도로 보유하고 물납주식은 매각 등을 통해 현금화해야 한다. KIC가 예상하는 초기 가용재원은 현금출자 5000억원과 국책은행 배당 5000억~6000억원을 합친 약 1조원이다.

물납주식 매각으로 투자재원을 늘리는 데도 불확실성이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주요 물납주식인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이 네 차례 유찰돼 현금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일영 KIC 사장도 물납주식은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사업 규모가 가용재원을 넘어서면 정부와 추가 출자나 위탁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투자 수요에 대응하려면 별도의 재원 확보 논의가 필요한 셈이다.

당초 구상과 비교하면 독립 기관 설립과 재원 확충 계획도 달라졌다. 정부는 KIC와 별도 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KIC 내부에 전략투자계정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구상 초기엔 초과세수를 국부펀드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엔 미래대응기금에서 5000억원을 출자받는 계획으로 반영됐다. 기금의 출자 규모를 놓고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기존 KIC의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새 전략투자계정은 구분해 운용한다. 정부·한국은행 등의 위탁자산을 해외에서 운용해온 KIC의 투자 기능을 국내외 전략산업으로 넓히는 것이다. 만기·청산 시점을 두지 않는 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고 해외 국부펀드 등의 공동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입법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김태년·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략투자계정 신설 등을 담은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KIC는 지난 7월부터 20여명 규모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지만 조직·인력·투자 기준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법 개정 이후 마련할 계획이다.

KIC는 연내 법 개정과 내년 투자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법 개정 이후에도 전담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 내년 가동 여부는 입법과 조직 구성 속도에, 실제 투자 규모는 추가 출자와 물납주식 현금화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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