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랑받는 영화는 이유가 있다."(wlrn****)
"1편을 능가하진 못했지만 누를 끼치진 않았다."(rkrb****)
"타짜2가 차라리 더 재미있다."(jilo****)
위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영화 ‘타짜’ 1∼3의 관람평이다. 세 영화의 평점은 각각 9.25점, 7.77점, 6.76점이다. ‘타짜’ 시리즈를 모두 챙겨본 팬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타짜’ 시리즈는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특히 2006년 공개된 배우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주연의 ‘타짜’는 명작이자 걸작이다. 지금도 유튜브 쇼츠로 가장 각광받으며 끊임없이 노출되는 콘텐츠다. "버릴 장면, 버릴 대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오는 9월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하는 ‘타짜:벨제붑의 노래’의 어깨가 무겁다. "추석엔 타짜"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동시에 영화 명가라 불리는 CJ E&M의 자존심이 걸린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타짜’의 아성은 높지만 ‘타짜:신의 손’과 ‘타짜:원아이드잭’이 실추시킬 명예를 곧추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불패 신화에 본격적인 불을 댕긴 작품이다. 당시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684만 관객을 동원했다. 주인공 고니를 연기한 조승우의 당시 나이는 불과 26세였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불후의 명대사를 남긴 정마담은 김혜수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고, 아귀 역의 김윤석은 ‘타짜’ 한 편으로 대배우의 반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은 가볍지 않았다. 8년의 시간이 흘러 2014년 개봉한 ‘타짜:신의 손’은 전작의 후광 효과를 입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401만 관객 동원은 결코 실패했다 볼 수 없지만, 1편의 완성도와 흥행을 고려할 때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시 5년의 시간이 흐르고 공개된 ‘타짜:원아이드잭’은 "전편에 못하다"는 반응을 넘어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세’라 불리는 박정민이 주인공으로 나서고, 류승범의 컴백작이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더욱 아쉽다. 최종 스코어는 223만 명. 1편과 비교해 3분의1 토막이 났다. 1편과 달리 2, 3편은 딱히 회자되는 대사도 없다.
그리고 이제 ‘타짜: 벨제붑의 노래’다. 오는 9월23일,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로 개봉 날짜를 못박았다. 추석 극장가에서 ‘타짜’ 시리즈의 아성을 다시 쌓겠다고 정면승부를 건 셈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소재는 카지노다. 기존 시리즈의 화투를 놓고, 트럼프를 손에 쥔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변요한),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같은 이름의 절친 박태영(노재원)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벌이는 복수극을 그린다.
4번째 시리즈는 고독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닌, 두 친구의 관계성에 집중한다. ‘벨제붑의 노래’라는 부제는 원작 만화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벨제붑은 무엇일까? 중세 유럽의 종교인들은 카드를 악마의 도구로 여겼고 하트는 욕망, 다이아몬드는 탐욕, 클로버는 폭력으로 각각 해석했다. 죽음을 상징하는 스페이드 13장에는 저마다 악마의 이름이 붙었는데 스페이드 A가 지옥으로 떨어진 추락한 천사 루시퍼, 그리고 스페이드 2가 지옥의 기존 지배자 벨제붑이다.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벌인 두 악마 가운데 패한 벨제붑은 똥파리로 전락했다. 노재원은 "두 악마가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했고 진 벨제붑이 똥파리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박태영이 들려주며 영화가 진행된다" 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는 변요한을 비롯해 노재원, 조우진, 윤경호 등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대거 참여한다. 일본 배우 미요시 아야카도 힘을 보탠다. 그리고 ‘국가 부도의 날’ 등으로 유명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타짜: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화백이 자신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로 꼽았다는 후문이다. 최 감독은 "이렇게 좋은 만화가 왜 제작이 안 되고 있지라고 반문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그래서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타짜’는 20년 전 처음 대중과 만난 영화다. 하지만 그 영향력과 기대감은 여전하다. 즉 적잖은 이들이 영화관에 갈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킨다면 ‘타짜:벨제붑의 노래’는 이 시리즈의 부활을 넘어 지난 바캉스 성수기를 외화에 내준 충무로의 자존심까지 되살릴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