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직접 찾아 정부와 국회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하는 '일타강사-용산공원 편' 영상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영상을 서울시장 공식 누리집과 소셜방송 라이브서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오 시장은 이번 영상에서 용산어린이정원 곳곳을 걸으며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 △정부의 '훼손부지' 활용 주장 △미군기지 반환과 오염토 정화 △교통·기반시설 문제 △그늘보행권과 녹지의 가치 △주택공급 대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용산공원 예정지는 약 300만㎡, 90만평으로 여의도공원 약 13개가 들어가는 규모다. 오 시장은 "청나라군을 시작으로 일본군과 미군이 120여 년간 주둔했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공간으로 역사성과 자연성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녹지가 많은 산이 주로 서울 외곽에 있어 시민이 집과 직장 주변에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은 부족하다는 점도 짚었다. 용산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처럼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상징적 녹지가 될 수 있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용산공원부지 내 군인아파트, 장교숙소, 방위사업청 부지 등 기존 시설이 있는 곳을 훼손부지로 보고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는 구상에도 반박했다. 해당 부지는 건물과 콘크리트를 철거한 뒤 녹지로 복원하기로 한 곳으로 모두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상 보존 대상인 본체부지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일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면 다른 구역까지 개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염이 일상화된 서울에서 녹지는 경관을 넘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기반시설이라고도 강조했다. 오 시장은 "그늘이 많고 잔디와 나무가 많은 동네는 평균기온이 2~3℃ 이상 차이가 난다"며 "녹지 면적을 풍요롭게 확보하는 것이 도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용산공원을 원래 계획대로 조성하고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공급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현재 임시 개방 중인 '용산어린이정원'은 오염된 토양위에 복토한 뒤 잔디를 조성한 공간"이라며 "주택을 짓고 장기간 거주하려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오염토를 깊이 파내고 고온 처리하는 등 근본적인 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어린이정원보다 규모가 작은 '캠프킴 부지'도 6년 전 정화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전체 부지가 우리 측에 인도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오염토 정화가 가능해 당장 작업을 시작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미군기지 반환을 기다린 뒤 오염토 정화와 구역 지정, 도시계획, 인허가를 거쳐 착공하려면 7~8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상을 전하며 당면한 주택 부족을 해소할 신속한 공급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토양정화가 완료돼도 1만~2만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서면 교통량이 급증해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을 수 있다. 상하수도와 전기, 가스 등 기초 기반시설도 새로 확충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정밀한 계획 없이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물재생센터 등 도시기반시설 이전 부지 활용 △청년주택 공급과 금융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정비사업을 통해 기존 주택 멸실분을 제외하고도 8만7000가구를 순증시킬 수 있으며 서울시는 기숙사형·공유형·원룸형 등을 포함해 총 7만6000가구의 청년주택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주택공급에 반대하는 것이 정치적 판단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선4기 취임 직후인 2006년부터 용산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적극 반박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민 3분의 2 정도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이중 46.7%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여론으로 서울시의 입장을 지지해 주신다면 용산공원을 지켜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