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정부·여당 법개정 추진에 서울시 즉각 반발
무분별한 고밀도 개발·주민 편의시설 축소 우려

# 서울 서초구 신반포20차 아파트는 인근 신반포4지구(현 메이플자이), 잠원한신타운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부담금 문제로 무산된 후 개별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시공사를 선정하고 기존 1개동 112가구를 지하 4층~지상 35층, 4개동, 총 190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이 현실화하면 이 같은 '정비구역 쪼개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정비구역을 500가구 이하로 나누거나 일부 지역을 제척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정비구역(472개) 중 500가구 이하 소규모정비구역은 193개로 41%를 차지한다.
김동구 서울시 주택실 건축기획관은 24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정비구역 지정 권한 자치구 이양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열고 "정부·여당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순조롭게 추진되던 도시정비구역조차 500가구 기준에 맞춰 사업지를 억지로 쪼개거나 제척할 수 있다"며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잘 안 되는 문제를 쪼개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소규모정비사업이 잇따를 경우 무분별한 고밀도 개발이나 주변 생활권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기획관은 "구역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하면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저하되고 자치구마다 기준이 달라져 도시 관리 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며 "광역 도시계획이 무너지고 결국 난개발을 초래해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소규모정비사업 난립시 도시 인프라 부족과 공공복리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고 본다. 구역이 잘게 쪼개질수록 도로 확장이나 상하수도 확충, 대규모 공원 및 공공보행통로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기획관은 "구역이 축소되면 어린이집이나 경로당 규모가 축소되고 주민운동시설, 도서관 등 필수 편의시설은 없어질 것"이라며 "지역구 표심과 민원에 취약한 자치구가 조합의 과밀개발 요구에 휘둘릴 위험도 크다"고 짚었다.
자치구의 전문인력 부족도 문제로 꼽았다. 정비구역 지정과 통합심의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권한만 이양할 경우 오히려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기획관은 "자치구에는 구역 지정 및 통합심의를 경험해본 직원이 거의 없다"며 "통합심의만 해도 9개 분야를 검토해야 하는데 이를 해본 경험이 적다는 것은 사업 속도를 늦추는 심각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 서울시는 구역지정 심의, 사업시행 통합심의 2가지만 맡을 뿐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7개 권한이 자치구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역지정 심의는 평균 84일, 가결률은 90%를 기록했다.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 평균 심의일도 32일, 가결률은 97%에 달한다.
서울시는 "2가지 심의 소요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다"며 "이는 정비사업 전체 기간인 12년 중 2.7%에 그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