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주택시장에서 상속·증여받은 자금으로 집을 매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송파·강남·서초 등 강남3구 주택 매입에 활용된 상속·증여 자금만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자산가들의 주택 매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의 주택 구입 자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확보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서울 주택 매입에 활용된 증여·상속 자금은 4조3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4조4496억원의 9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7개월간 서울 주택 매수에 들어간 증여·상속 자금 규모가 지난해 전체 수준에 육박하는 셈이다
증여·상속 자금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증여·상속 자금은 2021년 2조6235억원에서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본격화된 2022년 7959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3년 1조1503억원으로 반등한 데 이어 2024년 2조2848억원, 2025년 4조4496억원으로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2년과 비교하면 올해 1~7월 증여·상속 자금은 5.4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올해는 불과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에 근접하면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 강화된 대출 규제와 높아진 집값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출만으로 고가 주택을 매수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자산을 처분하거나 주식·채권 등을 매각하는 한편 부모 세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자금을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간 자산 이전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집중됐다. 올해 7월 말까지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데 활용된 증여·상속 자금은 송파구가 494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 4119억원, 서초구 2910억원 등의 순이었다. 세 지역을 합치면 1조197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서울 자치구 가운데 증여·상속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된 곳은 송파구(5837억원)였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뒤를 이으면서 강남3구에 전체 증여·상속 자금의 상당 부분이 몰리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증여·상속 자금의 주택 매입자금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성동구로 나타났다. 성동구의 경우 증여·상속 자금이 전체 매입자금의 9%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동작구(7.46%), 송파구(7.35%), 영등포구(7.31%), 용산구(7.27%), 강남구(7.22%)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과 금융기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특히 강남3구처럼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는 기존 자산 처분뿐 아니라 가족 간 자산 이전까지 동원해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