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리내집 입주 자격을 얻고도 목돈 마련이 어려워 포기한 신혼부부가 20~30% 정도였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보증금 분할납부제도를 도입했고 앞으로 미리내집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 정부와도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을 찾아 미리내집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입주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혔다.
미리내집은 무주택 신혼부부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장기간 거주하고 자녀를 출산하면 거주 기간 연장과 우선매수청구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잠실 르엘은 잠실역 인근에 들어선 총 1865가구 규모 단지로 미리내집 98가구와 일반 장기전세주택 100가구가 포함됐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지난 4월 도입한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처음 적용한 미리내집이다. 입주 때 보증금의 70%를 먼저 내고 나머지 30%는 거주 중 나눠 내는 방식이다.
잠실 르엘 미리내집 입주자 98가구 가운데 74가구(76%)가 이 제도를 신청해 입주 당시 한꺼번에 내야 했던 보증금 약 158억원을 나눠 낼 수 있게 됐다. 서울 전체로는 지난 4~8월 미리내집 계약자 533가구 가운데 489가구(92%)가 분할납부제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줄어든 초기 보증금 납부 부담은 총 7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입주 신혼부부들은 자녀를 추가로 출산할 경우 거주 기간을 더 연장하고 가족 규모 변화에 맞춰 더 넓은 미리내집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주 조건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오 시장은 "미리내집의 최대 공급 평형이 25평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5자녀 출산 시 분양가를 50% 할인하는 혜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혜택으로 바꿀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미리내집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와의 협의 상황도 공개했다. 오 시장은 "현재 국토교통부에 장기전세주택 가운데 미리내집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대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여달라고 건의했다"며 "물량이 늘어나면 입주민들의 이주 수요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논의 중인 신규택지는 일정 비율 이상을 미리내집으로 할당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고 있다"며 "재개발 단지의 용적률을 1.2배로 높이는 방안도 국토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여서 계획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고가 미리내집'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청담 르엘 전용 59㎡의 보증금이 11억7000만원,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13억8840만원으로 책정됐다. 공공임대주택임에도 수억원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일부 신혼부부에게만 유리해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일정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해 미리내집으로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단점은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입주하기 어려운 가격대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기준을 소득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임대주택이 꼭 저소득층에게만 배정돼야 한다는 기존 철학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4년 7월 미리내집 첫 공급 이후 지난달까지 총 7108가구를 공급했다. 앞으로 매년 약 4000가구씩 확보해 2030년까지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