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김정희 본부장 "AX·드론·AI 예찰 시스템 도입"…직급보다 '해야 할 일' 택했나

[농담]김정희 본부장 "AX·드론·AI 예찰 시스템 도입"…직급보다 '해야 할 일' 택했나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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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실장·식량정책실장·검역본부장 거친 농식품부 '맏언니'
-외형만 보면 '강등' 같은 선택…첫 상임 기관장 맡아 일선 복귀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김정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
김정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

"거기를 왜 가지?"

농림축산식품부 안팎에서 김정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의 새 거취를 놓고 나온 반응이다.

김 전 본부장이 1일 제11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31일 인사를 발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할 만도 하다.

김 본부장은 농식품부에서 '맏언니'로 통한다.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들어온 뒤 첫 여성 사무관, 첫 여성 과장, 첫 여성 국장에 이어 2021년에는 농식품부 역사상 첫 여성 1급 공무원에 올랐다.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을 거쳐 식품산업정책실장, 식량정책실장을 지냈고, 2023년 7월에는 여성 최초 농림축산검역본부장에 임명됐다.

경력의 무게만 놓고 보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은 다소 낯선 선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식물 검역과 가축질병 방역, 동물용 의약품 관리 등을 총괄하는 농식품부 소속기관이다. 반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농식품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농장 현장에서 가축질병 예찰과 방역, 축산물 위생관리 등을 수행한다.

과거 방역지원본부장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출신이 선임된 사례도 있다. 직전 본부장은 축산경제 출신 김태환 전 대표였다.

관가의 '자리 계산법'만 적용하면 이번 선택은 승진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외형상으로는 '강등'에 가깝게 읽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 본부장은 왜 이 자리를 택했을까.

주변에서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역할 변화와 김 본부장이 걸어온 농정의 길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방역지원본부는 올해 처음 상임 기관장 체제로 전환됐다. 김 본부장은 2003년 특수법인 설립 이후 첫 상임 기관장이다. 그동안 비상임 본부장과 상임 전무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조직에 처음으로 상근 수장이 들어선 셈이다.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인사라기보다 조직의 운영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김 본부장이 검역본부장을 지내며 천착했던 분야도 가축방역이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국가재난형 가축질병에 대응하면서 과학적 감시체계와 선제적 방역, 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조했다.

포유동물로 확산하는 고병원성 AI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백신 개발과 과학적 감시체계 구축 필요성을 앞세운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검역본부가 방역정책과 연구·검사라는 '컨트롤타워'에 가깝다면 방역지원본부는 농장을 직접 뛰는 최일선 조직이다. 중앙에서 방역체계를 설계했던 사람이 이제 그 정책이 실제 작동하는 현장으로 내려온 셈이다.

취임 일성도 이를 보여준다.

김 본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고 방역·대응 전문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AX(인공지능 전환), 드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예찰과 점검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가축방역 플랫폼 기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돌이켜보면 김 본부장의 공직생활에는 늘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첫 여성 사무관, 첫 여성 과장, 첫 여성 국장, 첫 여성 1급, 첫 여성 검역본부장이 그랬다. 이번에는 첫 상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이다.

그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오히려 맡은 일을 끝까지 매듭짓는 추진력을 먼저 떠올린다.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에 올랐을 당시에도 뛰어난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공직자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이번 인사를 단순히 자리의 높낮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1급 실장을 지냈고 거대 소속기관의 수장까지 경험한 공직자가 굳이 한 단계 작은 조직을 선택했다. 편한 길을 찾았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법 하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다시 가축질병 방역의 최전선으로 돌아왔다.

직급보다 할 일이 있는 자리를 택한 것일까. 그 답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 본부장이 앞으로 3년 동안 자신이 잘 아는 방역이라는 무대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번 선택이 '내려간 자리'로 기억될지, 아니면 '키워낸 자리'로 평가받을지는 이제 오롯이 그의 몫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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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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