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면서 얼어붙었던 세종 주택시장에 서서히 온기가 돌고 있다. 장기간 팔리지 않던 매물이 최근 잇달아 거래되고 서울 등 외지인의 매수 문의도 늘었다.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대출 규제가 과거보다 강해 과거와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세종시 일선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1~2주 사이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운 나성동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일부 매물이 거래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그동안 거래되지 않던 매물 여러 건이 최근 갑자기 계약됐다"며 "오늘 오전에도 서울에서 집을 보러 오겠다는 고객과 상담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씩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전 대상과 일정 등 가시적인 내용이 나올 때마다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이전 규모와 파급효과가 큰 중앙행정기관을 우선 세종으로 옮길 계획이다.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인 두 부처의 이전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관계 부처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방법·시기를 확정한다.
세종 주택시장은 그동안 관망세가 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3% 떨어져 2주 연속 하락했다. 7월 말부터 보합권을 오가다가 8월 넷째 주 0.09% 하락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개별 단지의 거래가격도 건별로 분위기가 다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 전용 84.82㎡는 지난달 1일 9억4000만원에 거래돼 직전인 7월22일 9억원보다 4000만원 올랐다. 반면 전용 84.69㎡는 지난 2월 12억5000만원에서 6월 10억1000만원으로 2억4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조치원읍에서도 이전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치원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투자 문의가 없지만 이전 계획이 구체화하면 시장도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 물건을 매매로 돌리면서 전월세 매물이 부족해진 가운데 임차 수요 일부가 매매로 전환할지도 관심사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정책 변화에 민감한 세종시 특성상 이전 계획이 구체화할 때마다 시장이 추가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제와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의 투자 진입이 어려워 과거 행정수도 이전론이 부각됐을 때와 같은 폭발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종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고 시중 유동성도 풍부해 이번 발표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전 대상이나 일정 등 가시적인 내용이 나올 때마다 단계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서울과 세종에 아파트를 한 채씩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이전과 같은 폭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기관 이전이 장기적인 실거주 수요로 이어지려면 정주 여건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계획은 지방으로 실질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가족 동반 이주로 이어지려면 청사 이전뿐 아니라 교육·상업시설 등 정주 인프라가 함께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