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로 현재 수도권 전셋집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근하는 30대 A씨는 내년쯤 내 집 마련을 시도하려 했다. 집값 급등에 '인 서울' 목표를 수도권으로 바꾸긴 했지만 현재 거주지 근처 집값은 20평대 기준으로 6억원(정책대출 상한)을 훌쩍 넘는다. 대출 규제로 '영끌'마저 어려워진 지금 상황에서는 집을 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현금부자만 집을 살 수 있냐'는 허탈감이 가득하다.
서울 집값이 역대 최장기 상승을 기록하고 그와 함께 수도권 집값 가격도 많이 오르면서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 여기에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전세 매물이 줄자 월세화 현상이 강화된다.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강세로 청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목돈을 모으기는 더 어려워졌다. 기존의 주거사다리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89주 연속 올랐고 그간의 상승폭은 약 18.1%다. 역대 최장 기간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층의 서울 안 내 집 마련 난이도가 매우 높아졌다.
특히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는 지역이 강남과 한강벨트 등 주요 상급지보다는 서울 외곽의 매매가 중하위 지역이라는 점이 청년에게는 더 부담이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으로 청년층이 매수를 시도하거나 전세로 들어가 살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서울 자치구별 집값 변동률을 보면 강남구가 1.26% 내릴 동안 성북구는 16.1% 올랐다. 서대문구는 13.7%, 구로구는 12.7% 가량 올랐다.
그간 서울 매매가 중하위 지역을 매수하거나 이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다가 돈을 모으고 대출금을 더해 조금씩 비싼 집으로 옮겨가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자산 증식 공식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집값 상승은 이 구조에 제약을 만들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지는 월세화 현상도 기존 공식을 어렵게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7만2027건의 51.0%에 달했다.
당장 매매 계획이 없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매달 비용이 나가는 월세보다 목돈을 모아둘 수 있는 전세가 유리하다. 그러나 정부의 실거주 중심 정책이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전세대출 규제도 겹쳐 월세 비중이 높아진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폐지와 세제개편안 등의 영향으로 기존 다주택자들도 세를 부담할 현금 흐름이 중요해지면서 월세로 매물을 돌린다. 월세를 내다보면 돈을 모으기 힘들게 돼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144만3000원) 대비 21만8000원(15.1%) 올랐다. 전세도 품귀현상이 생기면서 가격이 오르고 월세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귀가 생겨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945건으로 1년 전 대비 15.4% 줄었다. 월세 매물은 1만7971건으로 1년 전 대비 10.8% 감소했다. 결국 청년의 목돈 마련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전월세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급히 대책을 펼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공급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올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수도권 공적주택 10만가구의 입주가 추진된다. 임대차 시장 안정 측면에서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으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주택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아울러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전월세안정화기구가 맡아 관리하는 전·월세 안심신탁도 임대인의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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