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체코 원전 건설 계약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청인 한수원의 요구대로 공사비 감액안을 제출하고 추가 위험 부담까지 일부 수용했지만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 지 약 30분 만에 결렬을 통보받았다는 게 대우건설 측 주장이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결정을 재고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원전 건설 하도급 계약 협상 종료를 발표했다. 한수원은 약 15개월간 실무회의 78회, 분쟁조정위원회 11회, 최고경영자(CEO) 회의 2회를 진행했지만 주요 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우건설은 입장문을 내고 "2018년 체코 신규 원전 팀코리아의 시공협력사로 선정된 후 2024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25년 6월 본계약 체결까지 시공협력사로서 모든 역량을 다해 참여해 왔다"며 "그런데도 원청사의 협상 결렬 발표를 접하게 돼 매우 유감을 표하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비와 원가 부담을 둘러싼 이견이 가장 큰 결렬 사유로 알려진 가운데 대우건설 측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감액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 1월 제출한 공사 단가를 유지하면서 추가 가격 인하를 반영한 수정 제안서까지 제출했지만 협상 막판에 제시된 계약 조건을 두고 이견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특히 설계 변경으로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을 시공사가 부담하는 '독소 조항'이 핵심 쟁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측은 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가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까지 충분한 보상 없이 떠안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상하지 못한 물량 증가가 발생하면 손실이 크게 불어날 수 있고 개별 민간기업이 이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그럼에도 가격 인하와 일부 위험 부담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한수원 요구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협상 종료 절차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이날 오전 8시쯤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약 30분 뒤 한수원은 협상 결렬을 일방 발표했다. 대우건설은 새 조건을 검토하고 내부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협상 시한을 12월 31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한수원은 장기간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핵심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총액 확정 방식의 계약은 기존부터 논의돼 왔으며 위험 비용도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계약상 의무를 하도급 계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었고 외부 전문기관의 검토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원전 사업은 이번 계약 결렬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원전 사업은 주택이나 일반 건축처럼 매년 일정한 수주 기회가 발생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 해외 원전 건설에 참여해 실적과 경험을 쌓는 기회가 제한적인 만큼 이번 결렬이 후속 사업 참여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다. 계약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기업의 시공 역량이나 사업 수행 의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협상 종료 결정을 재고하고 대화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수정 제안서를 통해 가격 인하와 일정 부분의 위험 부담을 수용하려 했던 만큼 추가 협상을 통해 이견을 조율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가 차원의 원전 수출 사업인 만큼 계약 결렬을 확정하기보다 양측이 조건을 다시 검토해 사업을 이어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 참여 가능성에 대해 건설업계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차례 시공계약 협상이 불발된 만큼 입찰 조건을 한층 세심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다"며 "입찰 참여는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선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다시 입찰에 나설 수도 있다"며 "대우건설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진 참여 검토 여부를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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