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을 둘러싸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사비 산정 방식부터 설계변경에 따른 위험 부담, 시공 역량에 이르기까지 협상 불발 원인 전반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게임 국면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시공 컨소시엄 주간사인 대우건설은 29일 오후 한수원의 설명자료에 대한 반박 입장을 내고 이번 협상 결렬의 원인에 대해 "시공단의 협상 의지 부족이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 분담을 위한 시공단의 절충안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 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공단이 통제할 수 없는 설계변경 위험과 과도한 계약상 책임 등 명백한 손실이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이 어려운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며 한수원이 해당 위험을 일방적으로 부담하도록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한수원은 공사비와 계약방식, 업무 범위 등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은 약 15개월간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공사가 당초 합의한 계약조건을 변경하고 공사비 산정에 필요한 자료도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의 예상 질의응답(Q&A) 자료에 담긴 주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공사비 산정 방식과 설계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다.
한수원은 2022년 최초 입찰과 2023년 수정 입찰 당시 원전 1기에 대한 가격과 계약조건에 합의했으며 물량 증가 등 모든 위험을 반영한 가격 산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4년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입찰에서 컨소시엄이 단가 변경과 물량 정산을 요구하면서 이견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입찰 당시 한수원이 위험예비비(Risk Contingency)를 일괄 반영할 예정이므로 시공사 견적에는 포함하지 않도록 공식 요청했다"며 "해당 사항을 견적산출근거서에도 명확히 기재했고 모든 위험을 반영해 입찰금액을 산정했다는 한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실제 체코 원전은 APR1000 노형이 상용 원전에 처음 적용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해당 노형의 기본설계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설계변경으로 발생할 물량 증가 위험까지 시공사가 모두 부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감액 요구를 둘러싼 의견도 충돌했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 단계에서 컨소시엄과 합의한 단가를 바탕으로 추가 공사 물량을 반영해 시공비를 증액했으며 국내 전문기관을 통해 금액의 적정성도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시공단의 최종 입찰금액을 반영하지 않은 채 주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추가 역무에 대한 증액도 실제 견적금액의 40%에 미치지 못한다"며 "설계를 하지 않는 시공단에 기본설계 이후 한수원의 설계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 위험까지 전가하는 불합리한 계약구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자료 제출 여부도 쟁점이다. 한수원은 직접비와 간접비의 구분 및 세부 산출근거를 요구했지만 컨소시엄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공사비 적정성 검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한수원, 한국전력기술과 장기간 협의해 공사비를 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확보한 모든 견적서를 한수원에 제공했다고 맞섰다.
시공 역량에 관해서도 양측 의견은 갈렸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이 신월성 1·2호기 이후 10년 넘게 원전 건설 실적이 없어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수행인력의 경력요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대해 신월성 원전 이후에도 영광 SGR 공사,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공사 등 원자력 관련 공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수행인력의 경력요건 역시 EPC 주계약과 시공계약의 요건이 중복 적용되는 문제를 조정하려 했던 것이라며 시공 역량에 대한 한수원의 부정적인 평가는 대우건설을 폄하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협상 종료 시점의 적절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가 당초 9월 말까지 시공계약을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고 후속 사업 일정을 고려해 10월 말로 협상 기한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10월 7일 경영진 제안을 처음 제시한 후 협상 시한을 10월 29일로 일방적으로 설정했다"며 "후속 일정을 고려했다면 변경 조건을 2~3개월 이전에 제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3주만의 기한을 제시하고 계약조건 변경을 통보하는 것은 계약 협상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내년 7월까지 신규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협상 재개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양측이 공사비 산정 근거와 계약조건 변경 경위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이어가면서 향후 신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공사비와 위험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