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집값이 "놀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남 일부 초고가·재건축 단지의 조정과 일반주택 시장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큰 폭으로 낮아진 거래가 압구정 재건축 단지에 집중된 데다 매각을 서두르는 집주인의 사정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하락이 중저가 시장으로 확산할지를 놓고는 전월세 불안에 따른 매수 전환과 금리 부담에 따른 구매력 약화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작용할지를 놓고 전망이 갈렸다.
3일 KB부동산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60일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가 대비 하락액이 큰 상위 10건 중 7건이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 집중됐다.
하락액이 가장 큰 거래는 압구정 현대(신현대) 전용 182㎡였다. 지난달 14일 88억원에 팔려 올해 7월 최고가보다 24억5000만원(21.77%) 낮았다. 같은 단지 전용 111㎡도 지난달 19일 55억9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7월 최고가보다 19억1000만원(25.46%) 내렸다. 현대1·2차 전용 160㎡는 지난 9월 80억원, 현대8차 전용 163㎡는 지난달 6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각각 역대 최고가보다 18억원, 15억6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의 조정이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강남 재건축 단지로 범위를 좁히면 급매물 호가가 뚜렷하게 조정된 만큼 대통령의 집값 하락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강남권의 조정 흐름이 최근 서울 전체 집값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는 외곽·중저가 지역으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물량 부족과 임차료 상승이 자금 여력에 맞는 지역의 매수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본 반면 윤 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15억원 안팎 주택은 금리 부담으로 추가 상승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월세 불안이 중저가 주택 매수세를 자극할지 반대로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가 매수세를 끊어낼지 어느 쪽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느냐가 향후 집값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란 진단이다.
하락액이 큰 거래가 특정 지역에 몰린 만큼 매도 배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재건축 진행에 따른 조합원 지위 양도 제약 등을 앞두고 매각을 서두르는 집주인의 할인 매물에 주목했다. 시장 전체의 수요 위축과 일정 기간 안에 팔아야 하는 매도자의 사정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적 제약으로 나온 급매가 소진된 뒤에도 하락세가 이어질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강남권 하락 거래가 실수요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 곳은 세제개편안으로 눌려 있는 초고가 주택이지 실수요자들이 거주하고 매수하는 곳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김 위원도 "초고가 주택과 일반주택 시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일반주택은 상승하는 지역이 더 많아 서울·수도권이 다 같이 급락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점에 비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서울 아파트 가격 수준은 1년 전보다 높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3546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1.92% 올랐다. 전용 84㎡ 이상 85㎡ 미만의 평균 실거래금액도 강남구 21.9%, 서초구 12.47%, 송파구 3.16% 높았다. 다만 실거래 평균은 거래된 주택 구성에 따라 달라져 동일 주택의 가격 상승률과는 구분해야 한다.
전월세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다. 매매가격이 내려가도 보증금과 월세가 오르면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 있어서다. 김 위원은 "전월세 수급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공급 등에 집중해야 안정화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도 서울과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를 수용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