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 10곳이 한-유럽 스테이블코인 송금 프로젝트가 실무진 협의에 나섰다. 연내 유럽 은행권이 공동발행하는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출시를 앞두고 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실제 상용화에 이르기까진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관건으로 꼽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뤽 귀스타브 키발리스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가 내한해 지난 3일 국내 은행과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을 만나 판게아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판게아 프로젝트는 한국 은행 연합체인 '유니카'와 유럽 은행 공동체인 '키발리스'가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송금 모델을 마련하는 개념증명(PoC) 사업이다. 국경간 송금은 기존에는 글로벌 인프라 스위프트(SWIFT)를 비롯해 여러 중개기관을 거쳐야했기에 수일이 걸렸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욱이 판게아 프로젝트는 스테이블코인 업계에선 주도권을 잡고 있는 서클, 테더가 만든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국내은행으로는 국민·신한·우리은행, iM뱅크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인터넷은행(케이·토스뱅크), 지방은행(광주·전북은행) 등 총 10곳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번 실무진 미팅은 업계 현황과 개발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로 키발리스와 SWIFT, 체인링크, 참여은행 대부분이 참석했다. 키발리스 경영진이 이달 말 열리는 코리아블록체인(KBW) 행사 참석차 내한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 뿐 아니라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도 미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각국 금융기관끼리 스테이블코인 사업 협업이 발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판게아 프로젝트는 국내 은행 참여규모가 가장 큰 프로젝트다. 달러연동 스테이블코인(OUSD) 발행을 추진하는 오픈 USD 프로젝트는 은행도 일부 참여하나 카드업계가 중심이다. 판게아 프로젝트는 종류가 다른 스테이블 코인간 교환거래를 특정한 사업으로 은행권의 FX 거래와 연관성이 깊다.
키발리스가 연내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과의 협의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키발리스는 공동 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유럽권 가상자산 기본법인 MiCA 제도상 이머니토큰 라이선스를 신청했으며 이르면 이달 중 결과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국내에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밀리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가상자산 전반 감독체계와 관계기관 합의기구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등을 총괄하는 법안이다. 당초 상반기 입법이 논의됐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요건과 가상자산 거래소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견이 나오면서 좀처럼 입법이 진전되지 않았다.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이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정부 입법보다는 의원 입법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없는 이상 심층적인 송금 모델 구축이 불가능한 만큼 법 제정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은 파일럿 성격이지만 결국 실제 발행과 상용화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법이 늦어져 국내만 발행이 밀린다면 다른 나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판을 깔아주고 우리는 정작 참여하지는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