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 고객 전체에 소비자경보를 카카오톡으로 일괄 발송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은행권의 반대의견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은 막대한 메시지 발송 비용과 잦은 경보에 따른 고객 피로도 등을 문제로 꼽았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 해킹으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등 2차 금융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소비자경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월 은행권 소비자보호 담당자들을 불러 '소비자경보'와 '소비자 유의사항'을 은행 고객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은행권이 난색을 보이며 불발됐다.
'소비자경보'는 금감원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기나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될 때 발령하는 경보이며, '민원사례를 통한 소비자 유의사항'은 실제 금융소비자들이 제기한 민원과 분쟁 사례를 분석해 금융상품 가입이나 거래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안내하는 자료다.
금감원은 당시 논의 결과를 반영해 지난 7월 초 은행들에 '금융소비자 보호 정보 전달 강화를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카카오톡을 통한 고객 일괄 발송 방안 대신 은행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금감원이 소비자경보와 유의사항을 카드뉴스나 짧은 동영상 등으로 제작해 금감원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올리면, 은행들이 이를 자체 SNS에 다시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이 카카오톡 발송에 난색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상업적 용도로 고객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건당 약 5원이 든다. 활성고객 1000만명에게 한 차례 발송하는 데만 5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활성고객을 각각 1000만명으로 가정하면 소비자경보 한 건을 발송하는 데만 총 2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발령한 소비자경보는 28건, 민원사례를 통한 소비자 유의사항은 21건으로 총 49건이다. 49건 모두를 4대 은행의 활성고객에게 카카오톡으로 발송했다고 가정하면 연간 비용은 98억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메시지 발송이 잦아지면 오히려 중요한 안내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금융사기 유형과 피해 사례가 다양해지면서 모든 소비자경보가 전체 은행 고객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은행 고객 상당수가 다른 은행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에 같은 메시지를 여러 은행에서 받아야만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카톡을 통한 안내 방안을 제안했던 이유는 최근 금융권 해킹 사태를 포함해 소비자경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해킹으로 일부 금융사에서는 고객의 이름과 연락처뿐 아니라 소득과 대출 관련 정보까지 유출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 정보를 확보하면 은행 직원이나 대출상담사를 사칭해 사기에 악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을 미끼로 악성 앱 설치나 자금 이체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탈취한 정보를 판매하려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6일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소비자경보 등의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나 금융회사들을 만날 때마다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도 "의무처럼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특정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과거에 발령된 관련 소비자경보도 함께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