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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도, 아이템도, 시장도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밀도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박은우 매쉬업벤처스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믿음'을 꼽았다. 단순히 뛰어난 인재가 모였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창업팀이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하나의 비전을 얼마나 강하게 공유하는지를 살핀다는 설명이다.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박 부사장은 벤처캐피탈(VC)과 딥테크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한 투자자다. 2014년 투자업계에 입문해 VC에서 약 3년간 근무한 뒤 딥테크 스타트업 니어스랩으로 자리를 옮겨 약 6년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냈다. 이후 2023년 매쉬업벤처스에 합류했다. 지난 7월에는 부사장 겸 CIO로 선임돼 투자사 전체의 투자 방향과 체계를 총괄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CIO 역할에 대해 "개인이 갖고 있던 생각을 이제는 회사 차원의 방향성과 확신으로 만들어야 하는 자리"라며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에 각 파트너의 판단을 관통하는 중심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투자 전략을 외부에 알리고 시장에서 틀린 부분을 빠르게 학습해 다시 정의하는 역할도 CIO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이 창업팀을 바라보는 관점은 VC와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그는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스타트업에서 6년간 일하면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되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믿음의 밀도'는 단순한 친밀감이나 의리와는 다르다. 회사의 비전과 역할을 위해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직함이나 권한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뜻한다.
실제 투자한 기업 가운데서는 공동창업자의 지분 구조에서도 이런 신뢰가 드러났다고 했다.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몰아준 이유를 묻자 한 공동창업자는 "나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을 이끄는 것은 대표가 더 잘한다"고 답했고, 대표 역시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CTO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팀 빌딩 과정에서 이미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매쉬업벤처스는 이 '믿음의 밀도'를 확인하기 위해 창업 전부터 6개월 이상 장기간 교류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단기간에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는 공동창업자 간의 관계와 캡테이블(지분 구조)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가 창업자에게 중요하게 보는 또 다른 역량은 '메타인지'와 '장기적 사고'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더 적합한 역량을 갖춘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까지 내줄 수 있는 창업자일수록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매쉬업벤처스는 최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 박 부사장은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AI의 기술 스택 자체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모두가 집중하는 유행을 좇기보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진짜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붐이 일던 초기 주목받았던 커머스 기업들이 지금은 한물간 분야로 여겨지지만, 오히려 커머스와 AI 등 신기술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유니콘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쉬업벤처스는 자체 전문성이 부족한 바이오·헬스케어 등의 분야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판단해 투자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향한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투자사의 이름값에만 매달리기보다 현재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는 투자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투자 유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부사장은 "시리즈C 이후 프리IPO 등 후기 단계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엑시트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회사의 사업적 내러티브가 실제로 증명되고 있는지를 본다"며 "반대로 초기 투자자들은 7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펀더멘탈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실행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시 '단순 현지화' 방식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억지로 현지 환경에 맞추려 하기보다, 처음부터 타깃 국가에서 직접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시작하는 편이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다만 박 부사장은 "글로벌 톱3 안에 드는 기술력을 갖췄거나 타깃 시장이 좁은 딥테크 기업이라면 해외 진출이 필수지만, 모든 기업이 무조건 글로벌을 겨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의 특성에 맞는 전략적 선택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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