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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리센느(RESCENE)'의 역주행 신화가 벤처투자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어도 차별화된 기획력과 팬덤, 적절한 투자가 결합하면 '중소돌'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다.
이에 따라 △하이브 △SM(에스엠)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YG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상장 대형사에 집중됐던 자본의 시선도 중소형 기획사와 엔터테크 스타트업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리센느 소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3월 투자유치 당시 8억원 수준이던 기업가치가 최근 600억원대로 75배 가까이 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61억9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케이넷투자파트너스, JB인베스트먼트, 미시간벤처캐피탈 등이 운용하는 모태펀드 출자 자펀드 투자액이 55억원으로 전체의 88%에 달한다. 이들의 투자가 없었다면 역주행까지 버티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더뮤즈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약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연습생 교육부터 음원·앨범·뮤직비디오 제작, 마케팅까지 선투입해야 하는 아이돌 사업의 특성상 데뷔 직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중소 기획사는 차기 앨범 제작조차 어려워진다.
리센느 사례는 흥행 가능성이 현실화될 때까지 투자금이 이를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중소 콘텐츠 기업도 차별화된 기획력과 적절한 투자가 결합하면 의미 있는 시장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벤처투자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회사는 트리플에스·아르테미스·아이덴티티 소속사 모드하우스다. 모드하우스는 최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앞서 IMM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210억원에 이번 투자를 더하면서 시리즈B 누적 조달액은 310억원이 됐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아이돌 제작사가 아닌 'IP(지식재산)와 플랫폼의 결합'이다. 모드하우스의 팬 플랫폼 '코스모'에서는 팬들이 타이틀곡과 활동 유닛, 콘서트 세트리스트 등 아티스트 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팬의 참여가 디지털 포토카드 구매와 투표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 데이터가 다시 신규 IP 기획에 활용되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323억원, 연간 앨범 판매량은 116만장을 기록하는 등 성과도 가시화됐다.
스타 아티스트가 설립한 중소 기획사에도 자금이 몰렸다. 동방신기 김재중이 설립한 인코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월 1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스틱벤처스가 50억원, CJ인베스트먼트가 30억원, SL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현대기술투자가 2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조달액은 140억원으로 늘었다. 인코드는 현재 신규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200억원대 추가 투자유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대한 벤처투자도 활발하다. 버추얼 보이그룹 '위고식스'를 제작한 23세기아이들은 지난 4월 뮤렉스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디캠프 등에서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7월에는 네이버 D2SF의 추가 투자도 받았다.
네이버 D2SF는 23세기아이들이 버추얼 아티스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역량과 자체 기술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층 확장된 엔터테인먼트 IP를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버추얼 보이그룹 '미라클' 소속사 어코드엔터테인먼트는 최근 20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들은 어코드엔터가 보유한 버추얼 아티스트 IP의 성장성과 콘텐츠 기획력, 제작 역량, 글로벌 K팝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4월에는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를 제작한 올마이애닉도츠가 SBVA를 리드 투자자로 한국투자파트너스, 리벤처스, 오로라월드, 언코어 등에서 69억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자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마이애닉도츠는 캐릭터·완구·글로벌 라이선싱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오로라월드와의 접점을 통해 오위스를 비롯한 자사 IP의 캐릭터 상품화와 라이선스 사업, 오로라월드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한 2차 사업 확장 가능성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추얼 엔터 시장에 대한 기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플레이브' 제작사 블래스트다. 블래스트는 신주 기준 약 8000억원의 기업가치로 현재 투자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5월 인정받은 기업가치 800억원과 비교하면 몸값이 10배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 기획사와 엔터테크 기업들이 실제 매출과 팬덤 지표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만큼, 대형 기획사 밖에서 새로운 IP를 선점하려는 VC(벤처캐피탈)들의 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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