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자율주행·광음향 내시경까지…기술력 무장한 과기대 교원창업

박기영 기자, 김진현 기자, 최우영 기자
2026.10.31 10:15

[2026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교원창업②

"연기·분진에서도 움직임 멈추지 않는다"… 전파로 공장 자율주행 해결

교원창업 부문 결선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밀리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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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밀리트랙 대표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병원이나 식당, 호텔처럼 시각적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쉬운 공간과 달리 제조 현장은 변수가 많고 복잡합니다. 카메라와 라이다만으로는 주변을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제조 로봇에 저희 시스템을 적용하면 이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6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에 오른 김성민 밀리트랙 대표는 전파 기반 제조업 통합 자율주행 솔루션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밀리트랙이 주목한 것은 제조 현장에서 카메라와 라이다에 의존하는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다. 제조 공정에서는 용접 연기와 수증기,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쇳가루와 분진 등이 카메라의 시야를 가린다. 실내외 운송 과정에서는 야외의 강한 햇빛과 역광이 장애물 인식을 방해기도 한다. 김 대표는 "제조 현장은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로봇이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전체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밀리트랙은 카메라 대신 전파를 활용해 로봇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로봇에 부착하는 '트래커'와 벽이나 기둥 등 주변 시설물에 설치하는 '태그'가 핵심 장치다. 트래커와 태그 사이에서 주고받는 전파를 분석해 로봇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기존 자율주행 로봇에 추가로 장착하는 애드온(Add-on) 방식이어서 로봇 자체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이 기술은 김 대표가 KAIST 연구진·학생들과 8년간 개발했다.

회사 측은 100밀리초(ms) 이하의 지연 시간으로 로봇 위치를 추적할 수 있으며, 가격대가 비슷한 초광대역(UWB) 제품보다 정확도가 약 35배 높다고 설명했다. UWB를 사용하는 대신 밀리미터파 대역의 고주파와 자체 신호처리 기술을 활용한다. 안테나 등 하드웨어부터 위치 계산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한 풀스택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도입 부담을 낮춘 설계도 강조했다. 태그는 QR 코드처럼 붙이는 방식이라 별도의 네트워크·전원 공사가 필요 없다. 안개 속이나 야외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시연했다.

밀리트랙은 현재 국내 제철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1년 넘게 쇳물 운반 차량의 자율 제어에 활용하고 있다. 한 조선소에서는 대형 용접기에 시스템을 부착해 3개월째 공정률을 판단하는 데 사용 중이다. 용접 연기로 시야가 가려지는 환경에서도 장비의 위치와 작업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 로봇·스마트팩토리 분야 국내외 30여개 기업과 제품 공급 또는 공동 개발을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밀리트랙은 제품 판매를 두 가지 방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 로봇에 부착하는 애드온 키트를 공급해 매출을 확보한다. 로봇의 종류나 형태와 관계없이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는 내년부터 제품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인 지게차 시장도 공략한다. 일반적인 자율이동로봇(AMR)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지게차는 화물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한다. 밀리트랙은 AMR 기업과 협력해 위치 인식뿐 아니라 적재·하역 작업까지 지원하는 무인 지게차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전파 인증(KC)은 획득했으며 유럽과 북미 지역 인증도 신청해놓은 상태다. 회사는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과 테스트베드, 출하검사(EOL) 설비를 부천에 구축했다. 독일 스마트팩토리 기업 식(SICK)과는 지난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북미 시장은 내년 CES 참가와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아시아 시장은 베트남 현지 기관과 협력해 진출을 모색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장비 공급을 넘어 공장 전체의 공간을 인식하는 '멀티스케일 공간인식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공장 단위에서는 로봇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고, 구역 단위에서는 현대차·현대오토에버와 제조 현장 작업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빛과 초음파로 암 혈관 3D 포착… 광음향 내시경, 연내 상용화 착수

교원창업 부문 결선팀-울산과학기술원(UNIST) '비달소닉'

양준모 비달소닉 대표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비달소닉의 기술은 광음향을 활용해 기존 내시경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소화기관 내부 미세혈관을 3D(3차원) 영상으로 구현합니다. 암세포 주변의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정확히 포착해 조직검사의 정밀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절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양준모 비달소닉 대표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 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6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무대에 올라 개발한 광음향 영상과 초음파 기술을 결합한 내시경 시스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교원창업 트랙으로 출전한 비달소닉은 올해 말 연구용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8월 설립된 비달소닉은 양준모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연구교수가 창업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이다. 기존 내시경은 점막 표면을 관찰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점막 아래 조직이나 모세혈관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초음파 내시경 역시 조직의 경계는 보여주지만 암 발생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혈관을 관찰하기 어렵다.

비달소닉은 특정 레이저를 쬘 때 발생하는 초음파 음향 신호를 수신해 시각화하는 '광음향' 원리로 해법을 찾았다. 기존 내시경 장비의 겸자공(도구 삽입구)에 그대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초소형 탐침(프로브)을 설계해 장비 교체 부담을 없앴다. 검사 현장에서 1분 내외로 2~3㎝ 구간의 미세혈관 구조를 3D 입체 영상으로 정밀하게 재구성해 낸다.

양 대표는 "바렛식도 환자의 경우 조직검사 과정에서 병변을 놓치는 문제가 있다"며 "광음향 영상으로 비정상적인 혈관을 확인하면 조직검사가 필요한 부위를 보다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달소닉은 현재 등록 특허 20건과 출원 특허 30건 등 총 50건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다. 올해 말 1차 연구용 장비를 선보여 내년부터 협력 병원 공급을 통한 초기 매출을 일으키고, 임상시험용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에 준하는 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 체계) 확보와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9년까지 탐색임상 완료를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한 소요 자금 약 10억원은 정부 R&D 과제와 벤처투자 유치를 병행해 조달할 방침이다.

양 대표는 "초음파 영상에 혈관 정보를 추가하고 AI로 혈관 형태를 분석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의료기기 인허가를 거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3개국 30개 라인에 AI 비전 검사 공급…투자 없이도 매년 흑자"

교원창업 부문 결선팀-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이아이로보틱스'

손종욱 에이아이로보틱스 대표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에서 '양산 라인 AI 검사-제조 공정 데이터 플랫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제조 현장은 생각보다 매우 보수적이고, 이미 그들만의 방식으로 최적화돼 있습니다. AI를 넣는다고 해서 쉽게 최적화되지 않습니다."

손종욱 에이아이로보틱스 대표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이아이로보틱스는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원창업기업이다. 양산 라인의 AI 비전 검사와 제조 공정 데이터 플랫폼을 만든다. 창업 2년여 만에 미국·브라질·한국 3개국 5개 법인의 라인에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주력은 AI 비전 검사다. 용접 비드 검사를 중심으로 볼트·너트 같은 부품 누락 검사, 3D 카메라로 제품 치수와 형상을 재는 검사까지 한다. 여기에 라인 데이터를 모아 비가동 원인을 찾는 모니터링 시스템, 공정 초기에 필요한 고장모드영향분석(FMEA) 등 설계·표준 문서를 자동으로 만드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손 대표는 빠르게 확장한 비결로 초기부터 제품화에 집중한 점을 꼽았다. 그는 "AI 시대엔 기술검증(PoC) 단계에서 좋은 성능을 내는 건 빨리 할 수 있지만, 현장 소프트웨어는 24시간 돌아가야 하고 한 곳의 문제가 라인 전체를 멈출 수 있다"며 "PoC에서 잘 만들어진 것이 제조 공정에서 잘 동작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들여온 장비가 제 기능을 못 한 경험이 쌓이면서 현장에서 신기술 도입을 꺼리게 된다"고 전했다.

정확도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손 대표는 "검사기 정확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비전은 아니다"라며 "99%와 99.5%가 얼마나 다른지, 그 0.5%를 올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가장 집중했다"고 했다. 불량을 놓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양품을 불량으로 '오판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제조사는 라인을 30~40개씩 돌리고, 라인마다 장비와 데이터 형식이 다르다. 에이아이로보틱스는 모든 라인에 쓰는 공통 코드에 라인별 맞춤 코드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은 2~3시간이면 새 라인을 연동해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까지 할 수 있다. 한 라인에서 안정화한 시스템을 다른 라인에 복제하고, 해외 라인도 원격으로 유지보수한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브라질, 경북 영천·경주, 충남 예산 등에서 비전 검사 약 30개 라인, 데이터 플랫폼 30개 이상 라인이 가동 중이다. 비전 라인에서만 하루 약 5만장의 데이터가 쌓인다. 설치 라인은 지난해보다 2~3배 늘었지만 운영 인력은 거의 늘지 않았다. 연말까지 모니터링 라인을 40~50개로 늘릴 계획이다. 고객 요청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기구, 배선까지 턴키로 공급하거나 소프트웨어만 따로 공급하며, 모든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했다. 외부 투자나 대출 없이 매년 흑자를 냈고, 올해 매출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었다.

손 대표는 비전 검사의 목적을 불량 판정에서 공정 개선으로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비전 시스템이 제품의 양품·불량만 판단했다면, 저희는 전체 공정 흐름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며 "비전 시스템과 라인 장비의 데이터를 묶어 불량이 어디서 왜 생겼는지 고객사에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품질 개선 효과를 수치로 정리해 보고서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용 로봇으로 상당 부분 자동화된 제조 현장도 실제 가동률은 60~70%를 넘기기 힘들다"며 "라인이 1분, 10분 멈출 때의 손실을 계산해보면 금액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고 했다. 비가동 원인을 특정해 해결책을 빠르게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에이아이로보틱스가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건 용접 자동화 등을 포함한 자율 공장이다. 손 대표는 "자율 공장이 되려면 공장 전체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맥락에 맞게 엮어 휴머노이드와 로봇에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며 "결국 데이터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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