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4조45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장전한다. 북미 배터리 생산거점 구축, 전고체 및 LFP(리튬·인산·철) 등 새로운 배터리 라인업 확보 등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1308만8235주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양도하기로 했다고 21일 공시했다. 매각 예정 주식은 전체 보유 주식(3985만6654주)의 약 33%로, 매각 금액은 약 4조4500억원이다. 예정대로 매각이 진행되면 삼성SDI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율은 15.2%에서 10.2%로 낮아진다.
삼성SDI는 지난 2월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구상을 약 6개월만에 현실화한 것이다. 이날 공시에서 회사 측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라고 매각 사유를 설명했다.
삼성SDI는 아직 구체적인 자금 활용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시너지셀즈의 시설 투자 등에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그동안 GM과 손잡고 총 35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2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법인을 뉴칼라일에 구축하고 있었다. 최근 GM 측 지분 전량(49.99%)을 인수하면서 북미 지역에 첫 배터리 단독공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의 미국 시장 공략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뉴칼라일 공장이 완공된다면 삼성SDI의 북미 생산거점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인디애나주 공장과 함께 두 곳으로 늘어난다. 특히 뉴칼라일 공장은 단독공장이어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대응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삼성SDI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0%대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장기 성장 기반을 위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는 당초 계획대로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첫 상용화 프로젝트는 휴머노이드용으로 하반기 샘플 공급을 진행하기로 했다. 후에 고객사와 제품 검증 등을 통해 양산 준비를 하는 방향이다.
ESS와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LFP 양산 역시 추진하고 있다. LFP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은 SPE에서 올해 4분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내 ESS용 각형 LFP 라인은 양산 품질 검증 단계에 있는데, 10월 중에 셀 양산을 시작해 연내에 삼성배터리박스(SBB) 2.0 솔루션 형태로 공급을 개시하는 게 목표다. 폭증하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무정전전원장치(UPS) 사업 등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와 우주항공 등 신규 시장까지 고려할 때 배터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며 "삼성SDI의 경우 이번에 확보하는 현금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는 지난달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AI 네이티브(AI Native) 기업'으로 완벽하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