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이 뚫은 '철옹성'…K방산 '美 진출' 잰걸음

박한나 기자
2026.08.22 09:01
K-방산, 세계 최대 미국 방산시장 공략 현황. /그래픽=윤선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를 앞세워 국내 무기체계 최초로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무기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방산시장이란 점에서 한국 방산업계에 상징적인 이정표다. LIG D&A와 KAI 등 국내 방산업체들도 각자의 주력 무기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어 K9MH를 시작으로 K-방산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미 육군의 기동전술포(MTC) 시제품 개발·공급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화는 차륜형 K9 자주포인 'K9MH' 시제품 6문을 우선 공급하고 향후 12문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집행하고 록히드마틴과 RTX 등 글로벌 방산업체를 보유한 미국에 국내기업이 완성된 무기체계로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미국 시장의 문을 여는 데 9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인도·핀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호주·이집트·루마니아 등 9개국에 K9을 수출하며 성능을 인정받았지만 미국의 문턱은 높았다. 2017년 10월 미국 지상군협회(AUSA) 연례 전시회에서 실물 K9을 처음 선보인 뒤 거의 매년 한국에서 미국까지 장비를 옮겨 미 육군을 설득해왔다.

미군 탄약과의 호환성도 꾸준히 입증했다. 2022년 미국 유마 시험장에서 K9으로 미국산 M795 등 다양한 포탄과의 호환성을 입증했다. 당시 외국산 장비 최초로 미국의 XM1113 로켓보조탄을 발사해 53㎞ 사거리를 기록했다. 2024년 4월에는 미국산 정밀유도포탄 엑스칼리버를 약 50㎞ 거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미 육군이 새 체계를 개발하기보다 검증된 자주포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2024년 8월 방산업계를 대상으로 정보요청서(RFI)를 보내 개발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주포 체계를 물색한 것이다. 이후 한화를 비롯해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스, 제너럴다이내믹스, 이스라엘 엘빗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화는 미 육군의 요구에 맞춰 차륜형 K9MH 개발에 나서 2024년 말 개발 착수 1년여 만인 올해 1분기 첫 시제품을 제작했다. 1989년 K9 개발에 착수한 이후 약 40년간 축적한 기술과 수출 경험을 활용해 개발 착수 1년여 만에 실물을 내놓은 셈이다. 결국 한화는 쟁쟁한 글로벌 방산업체들을 모두 제치고 미 육군의 선택을 받았다.

LIG D&A도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비궁은 2019년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 대상 무기체계로 선정된 뒤 미군의 요구에 맞춰 시험평가를 진행해왔다. 2024년 7월 미국 하와이 해역에서 실시된 FCT 최종 시험에서는 6발을 발사해 모두 표적에 명중했다. LIG넥스원은 FCT 종료를 발판으로 미 해군과 수출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KAI는 미국 군용기 시장을 오랫동안 두드려왔다.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T-50 계열 항공기를 앞세워 미군 훈련기 사업에 도전했다. 아직 미국에서 완제 군용기 수주라는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T-50·FA-50 계열이 다수 국가에서 운용되며 쌓은 실적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조선업에서 한발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를 계기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미국 조선·함정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방산업계 역시 이번 K9MH의 미 육군 진출을 한미 산업·안보 협력의 외연이 지상 무기체계까지 넓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외에서 완성 무기체계를 수입하기보다 자국 방산업체를 중심으로 무기를 개발·조달해온 국가여서 해외업체가 무기체계로 진입하기 쉽지 않다"며 "K9MH의 미 육군 진출은 개별 사업의 수주를 넘어 한국 방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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