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반도체 칩은 전력이 있는 곳, 특히 청정전력과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서 생산된다"며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촉구했다.
사이피 우스마니 글로벌반도체협회(SEMI) 부사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반도체·AI산업 경쟁력 차원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세미나' 기조발표에서 "청정전력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곧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하는 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SEMI는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의 400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둔 협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마이크론, ASML 등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소재 기업, 주요 수요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사들은 204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저탄소 전력으로 조달한다는 공동 목표를 세웠다.
우스마니 부사장은 "세계 반도체 산업에는 청정전력이 필요하고,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반도체 칩의 절반이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산되고 6개 중 1개는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며 "한국이 없다면 전체 반도체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세계 평균 재생전력 비중이 약 30%인 데 비해 한국과 대만, 일본은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는 비판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라며 "청정전력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미래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SEMI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다섯 가지 과제로 △신속한 인허가와 적기의 전력망 연결 △영농형·주민참여형 태양광 등의 기업 전력구매 활성화 △산업계와 협의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설계 △녹색요금제·가상전력구매계약(VPPA) 등 가격 경쟁력 있는 조달시장 구축 △AI·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한 전력망 현대화를 제시했다.
우스마니 부사장은 "한국은 이미 관련 법률을 마련해 입법적 기반을 갖췄다"며 "이제 법을 실제 사업 일정과 인허가, 전력망 접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은 재생에너지 조달에 대응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에는 도움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구매자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도 이용할 수 있는 기업 전력구매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국회, 정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경기도, SEMI는 '반도체·AI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 재생에너지 확대 이니셔티브'를 공동 선언했다.
국회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가로막는 입지·계통·조달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을, 정부는 입지 발굴과 전력망 확충·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과 주민참여형 발전사업 확대를 맡고, SEMI는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비롯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이행 상황도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