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스틱청소기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가전업체들은 좀처럼 입지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현지 업체 중심의 경쟁 구도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에 LG전자가 내년까지 북미 스틱청소기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현재 북미에서 약 300달러의 보급형 스틱청소기 모델 '코드제로 Q3'를 팔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보유한 이 제품의 재고가 내년까지 다 팔린다고 해도 추가 생산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북미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스틱청소기 모델을 판매했었는데,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면 북미 시장에 저가형 모델 1종만 남겨두진 않을 것"이라며 "사업 지속 여부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스틱청소기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스틱청소기 시장 규모는 13억4000만 달러(약 1조8600억원)로 글로벌 시장의 31.6%를 차지했다. 올해는 14억1000만 달러(약 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에도 매년 약 6.05%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입지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청소기 판매량 기준 비쎌은 22%, 샤크닌자는 12%를 차지했다. 캐나다에서도 각각 31%, 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양국 모두 주요 상위 업체에 포함되지 않았다. 스틱청소기 만을 집계한 수치는 아니지만 북미 청소기 시장에서 양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업체들이 고전하는 배경에는 전문업체들이 구축한 제품군과 유통망이 있다. 현지 기업인 비쎌과 샤크닌자 등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샤크닌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옴니채널)한 전략을 운영하며 아마존과 코스트코, 월마트, 타겟,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로보락, 드리미 등 중국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북미 스틱청소기 사업 정리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을 지목한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고성과 위주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성장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사업 방향으로도 B2B(기업간거래)·플랫폼·D2X(고객직접경험) 등 고수익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는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사업성과 수익성을 따져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북미 스틱청소기 사업 역시 이 같은 기조에서 추가 투자에 따른 수익성을 따져 향후 사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채널별 사업성을 고려해 유통채널별 판매 모델 조정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며 "북미 사업 종료를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