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하나 더 뚫어라"…반도체 패권 전쟁 한복판, '솔리다임 상장' 의미

김아영 기자
2026.10.12 05:13

[MT리포트]중복상장과 중복성장 사이③

[편집자주]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IPO) 추진 소식에 중복상장 논란이 일고 있다. '중복상장=주주가치 훼손'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솔리다임 IPO를 둘러싼 각종 오해와 진실을 따져보면서 AI 시대에 첨단산업의 자금조달 현실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봤다.
솔리다임 IPO 방식별 자금 흐름·투자 재원 효과/그래픽=이지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첨단패키징, 낸드에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솔리다임의 외부자본 유치가 SK하이닉스의 자금 부담을 분산하고 투자 여력을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외부자본을 확보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투자 재원을 손자회사 차원에서 조달하고 HBM과 첨단패키징 등 다른 사업에 내부 현금을 배분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 반도체 호황에도 여러 사업의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자금조달 경로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0조원 후반대로 예상한다. 지난해 설비 투자액(30조1730억원)보다 최소 15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충복 청주 M15X의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산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는 한편 첨단패키징 공장 P&T7과 신규 낸드 생산기지 M17 등 중장기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까지 추진하면서 투자 대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9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해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체 건설 일정을 12년 앞당겼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 대상이 여러 사업에 걸쳐 있다는 점도 자금조달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HBM은 첨단 D램 생산라인뿐 아니라 여러 개의 칩을 쌓고 연결하는 패키징 설비까지 필요하다. 낸드 역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보가 과제다. 공장 건설과 장비 도입에는 막대한 자금이 먼저 투입되지만 신규 설비에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7조221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적이 좋아도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돈이 빠르게 늘어나면 회사에 남는 현금은 줄어들 수 있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순현금 100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던 만큼 SK하이닉스는 자체 현금 창출에만 의존하기보다 사업별 투자 재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솔리다임 IPO를 통한 자금 부담 경감 효과는 신주 발행 규모와 조달 자금의 사용처에 좌우될 전망이다. 솔리다임이 신주를 발행해 자체적으로 외부자본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 그룹 차원의 추가 자금 지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매출과 달리 신주 발행은 조달 자금이 솔리다임에 직접 유입되기 때문에 낸드 사업 투자 재원 확보에 유리하다. 반면 신주 비중이 낮거나 조달 자금이 낸드 생산능력 확충에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면 자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반감된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과 첨단패키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낸드 사업 재원까지 내부 자금으로 충당할 필요는 없다"며 "솔리다임이 외부에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SK하이닉스도 사업별 투자 자금을 보다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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