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 우려가 이른바 '거품론'·'고점론' 등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지만 우리 반도체업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금 고갈 가능성이 불안 심리를 부추기더라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의 발전 방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는 측면에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불거진 미국 증시발 충격파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쏟아지는 반도체 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세계 반도체 투톱인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나란히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무후무한 반도체 수요 폭증 현황을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2029년까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램 등 주요 제품 판매를 벌써 다 끝내버렸다고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미리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고객사가 몰려들면서 LTA(장기공급계약)로 2030년까지 전체 생산능력 대비 60~70% 수준의 수요를 조만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며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생산능력을 빨리 늘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괜히 주위에서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긍정적) 전망은 (이미) 말씀드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정이 이러니 일각에서는 AI 투자 불안을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연결 짓기도 한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주민 반발 등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간선거가 일단락되면 정리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산업 지형 자체가 AI 위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성장통', 불가피한 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 결과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해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섣부른 조바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간 "AI는 이제 4~5살밖에 안됐다"고 언급해왔다. 앞으로 지속적 투자로 덩치를 키우고 학습을 시켜서 살림을 책임질 청년으로 길러내야지 어린애한테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대표적 AI 인프라 투자인 데이터센터 건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오피스 빌딩을 짓는 수준이고 그 공간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한 것인가는 다음 단계다. 산업의 판이 바뀌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서는 끝없이 돈만 들어가는 것 같아도 일단 산업의 바퀴가 자체적으로 돌기 시작하면 수익을 스스로 창출하는 구조로 순식간에 바뀐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도 결국 향후 과실을 따기 위한 과정"이라며 "과도한 현금을 쏟아붓고 있으니 위험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문제는 오늘 투자를 안 하면 내일 뒤처지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인식도 비슷하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확신하면서 "길게 보면 방향이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그동안 시장 상황이나 기술적 트렌드는 하나도 바뀐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