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품목관세 강화와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한 LS전선의 자회사 가온전선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로 촉발된 전력 수요 증가가 송전망 확충과 발전설비 투자로 이어지면서 전력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의 생산법인 LSCUS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배전케이블과 버스덕트(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배전 시스템)에서 가공선·원전용 케이블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온전선은 약 5000만 달러를 투자해 LSCUS 타보로 공장에 생산라인 2개를 추가하고 2027년까지 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의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및 관련 파생제품에 대한 품목관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제품은 완제품 수입에 따른 관세 노출을 줄일 수 있다.
현지 사업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LS전선은 LSCUS 매출이 2025년 약 4400억원에서 2026년 약 8700억원, 2027년에는 약 1조5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2년 만에 약 3.4배 성장하는 수준이다.
성장의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LSCUS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2030년까지 5조원 이상 규모의 버스덕트 장기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배전케이블 공급도 확대하며 고객 기반과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성장 동력도 다변화되고 있다. 미국의 노후 송배전망 교체,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신규 발전설비 확충,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전력망 연결 등이 중장기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은 발전설비나 데이터센터가 완공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교체, 용량 증설이 필요한 필수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가 둔화하더라도 이미 증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송배전망 확충과 노후 설비 교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에디슨전기협회(EEI)에 따르면 현지 전력회사들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송전망에 약 1780억 달러(약 24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전력 인프라 시장의 성장이 단기적인 AI 투자 사이클을 넘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온전선 관계자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미국 현지 사업을 배전에서 송전·발전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며 "LSCUS에 가공선 생산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9년 초도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용 케이블 역시 2029년 이후를 겨냥한 신규 사업으로 검토된다. 미국의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 설비 교체 수요에 대응해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 기반 확보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배전케이블과 버스덕트가 현재의 성장을 견인한다면 송전·발전 분야는 2029년 이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