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30여명이 전격 현장조사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사전 통지 절차도 생략됐다. 한 기업에 이렇게 대규모로 조사 인력을 급파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달 쿠팡이 공정위 현장조사 절차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의 심문기일 전날이었다. 쿠팡 내부에선 "보복성 조사", "군기 잡기"란 말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이커머스 쿠팡이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막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정위 조사를 거부한 쿠팡은 법원에 취소소송도 제기했다. 그동안 정부 규제 기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과 결이 다른 행보다.
이는 오랜 기간 쌓인 양측의 갈등이 폭발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이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 급성장한 데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고강도 합동조사와 과징금 제재 수위는 과도하다는 게 회사 내부 분위기다. 실제로 미국 본사인 쿠팡Inc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해 양국 외교 갈등으로 번졌다.
지난해 말 고객 정보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당시 쿠팡 본사였던 잠실 한 오피스 건물은 '미니 세종시'라는 별칭이 붙었다. 합동 조사단을 꾸린 정부가 수 백여명의 인력을 현장조사에 투입해서다. 공정위를 비롯해 국세청, 개인정보위원회, 경찰, 국가정보원 등 검찰을 제외한 규제 기관이 대부분 참여했다.
이 기간 공정위는 시장감시국을 중심으로 대단위 팀을 꾸려 집중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팀은 쿠팡 임직원을 대상으로 100회 이상의 접견 조사를 진행했고 정보유출 사건 외에도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를 병행하면서 수 백여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일부 부서엔 10년 치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선 "별건수사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이후 쿠팡에 대한 각종 징벌적 제재 처분이 현실화했다. 지난 6월 개보위는 정보유출 사건 제재로 6247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고, 같은 달 국세청은 한국 자회사 세무조사를 통해 쿠팡Inc에 2억8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올해 하반기엔 끼워팔기 혐의 등에 대해 공정위가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 이후 1년여간 쿠팡에 부과된 과징금과 세금 규모가 1조원을 웃도는 셈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일단 납부 이후 환급받는 구조여서 자금 운용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 국내외 로켓배송 물류망 구축이 지연되면 회사 성장이 둔화되면서 지방 고용 위축, 중소 납품사 물량 축소 및 대금지급 지연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쿠팡에 대한 경제적 제재 규모는 현 정부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24년 6월 PB(자체 브랜드)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건 직전까지 쿠팡에 부과한 단일 사건 기준 가장 큰 금액이었다. 직전까지 과징금 액수가 가장 컸던 사건은 2021년 8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건으로 32억원대였는데 이 사건도 2심 행정소송에서 쿠팡이 승소해 전액 환급됐다.
쿠팡 제재 과징금 규모가 이전보다 수십 배 늘어난 건 회사의 매출 규모가 커진 측면도 있지만, 지난해 정보유출 사태 이후 자체 조사와 보상안 발표 등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공정위가 현장 조사부터 전원회의 결정까지 수사와 1심 판결을 아우르며 제재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로우키' 전략 외엔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반복적 산업재해 △불공정 거래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넘어 잘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들 만큼 강도 높은 징벌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 규제 기관의 고강도 제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