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책임한 '엄벌행정'①'기업가 정신' 위축, '국가 경쟁력' 약화

정부의 과도한 '징벌'이 기업들의 '혁신'을 억누른다. 사정기관들의 '엄벌주의' 기조가 거세지면서 기업들은 움츠러든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비롯한 정부 소속 기관들의 칼날 앞에 기업들의 미래 산업에 대한 도전 의지는 꺾이고 성장 동력마저 약화된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새로운 투자보다 방어에 자원을 집중시켜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2월 설탕 담합(3960억원)과 5월 밀가루 담합(6710억원), 7월 전분·전분당 담합(7476억원) 등 3개 사건에 총 1조81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의 지난해 과징금 부과액 3400억원의 5배가 넘고 연간 기준 최고 기록이었던 2017년 1조330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전분·전분당건은 공정위 담합 제재 사건 중 역대 최대 과징금 규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과징금 부과도 역대급이다. 개보위는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과 온라인 정보 무단 수집 등을 이유로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쿠팡에 부과했다. 개보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역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로 올해 2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1조4000억원의 과징금을 의결했는데, 금융위원회(금융위) 반려로 6000억원대로 결정했다.

이들 기관들이 기업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은 지난달 기준 3조원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의결을 앞둔 굵직한 사건들을 포함하면 올해 과징금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이런 '엄벌주의' 제재는 기업들이 미래 신산업 투자나 고용 창출 대신 천문학적인 법적 방어 비용을 쓰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정부는 제재 효과를 높이려는 취지지만 기업이 느끼는 부담과 불확실성은 커진다. 과징금 한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은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보다 잠재적 제재 규모를 먼저 계산한다. 기업의 관심이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서 벗어나 법률 검토와 규제 대응으로 이동하면 생태계 전반의 효율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사정기관의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을 행정소송 패소 등의 사유로 다시 환급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기업에 다시 돌려준 과징금은 6250억원이다.
법원에서 최종 무죄나 처분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수년 동안 해당 기업은 '부도덕한 기업'이란 낙인이 찍혀 브랜드 가치에 치명상을 입는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리한 제재가 기업의 생사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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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관계자는 "일단 때리고 보는 식의 엄벌주의는 결국 법원에서 처분 취소나 패소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금전적·명예적 손실을 입힌다"며 "국가적으로도 행정력 낭비와 소송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