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는 '선', 본사는 '악'?…'갑을 프레임'이 망치는 프랜차이즈[기자수첩]

차현아 기자
2026.09.10 06:00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규제 당국이 규제 대상한테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최근 만난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23일부터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의 비공개 항목 4개를 공개로 돌렸다. 필수품목의 규격과 종류, 가맹사업 매출 정보, 설비·물품 목록 등이 대상이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할, 어느 산지에서 어떤 규격과 단가의 원료를 쓰는지 등이 포함된다. 이 관계자는 개정 사실을 공정위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제도 개정 전 충분히 이해관계자 의견을 묻고, 협의하는 것. 규제기관과 규제 대상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 원칙이 흔들린 건 비단 정보공개서를 둘러싸고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달 3일 예고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주단체 등록 요건은 10%가 됐다. 정작 지난 6월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업계에 제시했던 기준은 30%였는데, 그 사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기준이 점주단체 측 주장대로 바뀐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를 업계에선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갑, 점주는 을' 이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힌 결과로 의심한다. 일부 '갑질'만 엄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 산업 전체를 겨냥한 규제 논의로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간담회와 의견 수렴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나명석 프랜차이즈산업 협회장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물은 배경이다.

데이터를 보면 이 프레임이 얼마나 현실과 어긋나 있는지 드러난다.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산업 규모는 165조원, 고용 인원은 130만명이다. 가맹본부의 95%는 가맹점 100개 미만의 중소 사업자다. 몇몇 대형 브랜드에서 벌어진 갑질을 이들 모두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온당한지 되물어봐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K푸드를 미래 성장동력이라 부르지만, 그 뿌리인 프랜차이즈를 옥죄면 열매가 온전할 리 없다. 오는 11일 공정위와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간 간담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규제 당국이 귀담아 들을 차례다. 갑을 프레임에 갇힌 규제의 몫은 결국 가맹본부와 점주, 그리고 K푸드 산업 전체가 나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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