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라지는 세계, 흔들리는 표현의 자유

정혜인 기자
2026.09.21 04:00
에드 시런 소셜미디어(SNS) 성명 일부 /사진=에드 시런 인스타그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의 진영 대립도 깊어지고 있다. 갈등은 군사·외교를 넘어 경제와 문화 영역까지 파고들며 표현의 자유를 뒤흔들고 있다. 팝스타 에드 시런의 북미 투어를 둘러싼 최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연 오프닝을 맡았던 래퍼 매클모어가 이달 초 한 공연에서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다. 미국 이스라엘공공위원회(AIPAC)가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을 냈고, 남은 투어가 예정된 여러 공연장 측도 그의 출연을 불허했다. 결국 매클모어는 남은 공연에서 빠졌고 그러자 오프닝 공연 출연진 전원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런은 매클모어의 하차가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기획사와 공연장 측의 결정이었고, 자신도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의 공연을 지정학적 문제 관련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그가 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는 침묵하느냐는 것이다.

외신에서도 공연을 둘러싼 사업적 이해관계가 그를 침묵하게 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미국 친이스라엘 단체의 조직적 압박에 공연장 소유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까지 더해지면서, 특정 정치적 목소리를 낸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됐다는 것이다. 특정 정치세력 지지 집단이 자금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가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된 전쟁에 정치적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그 압박은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번 갈등은 문화계에서조차 정치적 중립 지대가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문제 관련 공개 발언을 한 아티스트나 브랜드가 후원 철회와 보이콧 압박에 직면했고, 반대로 침묵을 지킨 이들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인의 입장을 밝히든 침묵하든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표현의 자유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느 편에 서느냐가 곧 기회와 비용을 결정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침묵이 유일한 선택지가 돼서는 안 된다. 서로 원치 않는 목소리를 지우는 데 익숙해질수록 표현의 자유가 설 자리는 좁아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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