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100만 명 돌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환자 본인과 수발을 감당하는 가족까지 합치면 수백만 명의 삶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인 치매 유병률은 2025년 9.09%에서 2040년 10.34%, 2050년 11.8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치매가 개인과 가정의 비극을 넘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보다 17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치매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제도를 통해 대응해 왔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살던 동네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환자의 권리 보호와 가족의 간병 부담을 국가 재정과 장기요양보험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치매가 단순한 의료비를 넘어 돌봄 재정과 사회적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위기라는 판단에서다.
한국도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그 결과 전국 257개 치매안심센터의 61.3%가 필수 전문인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종사자 약 40%는 비정규직, 평균 근속연수는 4년 남짓에 불과하다. 정밀검사 대기는 2~3개월에 이르고 가족들은 조기 진단을 위해 고가의 민간 검사를 찾아 헤맨다.
돌봄과 중증 치료도 공백 상태다. 초·중기 환자의 일상을 지탱할 데이케어센터는 90% 이상이 민간에 의존한다. 이마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폐업하거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증상이 악화된 환자를 전문 치료할 치매안심병원은 전국 25곳에 불과하다. '진단·돌봄·치료'로 이어지는 국가책임제의 연결망이 분절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치매 예산을 단순히 '지출'로 보는 인식이다. 집에서 돌볼 때보다 시설이나 병원에 입원시킬 때 훨씬 더 큰 개인적·사회적 비용이 든다. 제때 이뤄지는 진단과 돌봄은 불필요한 입원을 막아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간병으로 인한 가족의 실직과 파산을 예방하는 확실한 투자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구호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치매안심센터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흩어진 의료와 장기요양 데이터를 연계해 '진단·돌봄·치료'의 끊어진 고리를 이어야 한다. 중증 치료 수가 현실화와 돌봄기관 지원으로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이 미래의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고 가족의 붕괴를 막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