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인만 산다는 140만원짜리 '만병통치약'

유엄식 기자
2026.10.01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베트남 다낭 시내 한 침향, 노니 판매관 내 강의실 전경. 이런 작은 공간에서 판매자가 1시간 이상 여행객에게 판매 권유 강의를 진행한다. 기자가 방문한 침향 쇼핑센터 내부도 이와 거의 비슷했다. /사진=네이버블로그 캡쳐.

"2년 전과 똑같은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형 여행사의 베트남 다낭 패키지 상품을 다녀왔다는 한 독자는 가이드와 결탁한 현지 쇼핑센터의 '침향' 과장 홍보, 강매 행위를 직접 겪었다고 제보했다. 기자가 2년 전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이게 만병통치약? 140만원 베트남 침향, 패키지 여행객 뒤통수쳤다)의 내용과 동일한 상술이 여전히 성행한단 내용이었다.

물컵에 침향 캡슐 원액을 넣어 스티로폼 조각을 녹이는 퍼포먼스부터 "3개월 만 먹으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한 번에 해결된다"는 판매원의 설명까지 그대로였다.

동남아 패키지 여행지에선 통상 마지막날 가이드가 이끈 정체 불명의 쇼핑센터에서 이런 불편한 경험을 겪은 여행객이 많다. 특히 장거리 이동이 불편한 부모님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서 피해 사례가 이어진다.

모객 수수료만 받고 뒷짐 진 국내 여행사, 랜드사(현지 여행사)와 가이드가 여행비를 일부 부담하면서 현지 상품 판매로 수익을 내려는 영업 행태가 보도 이후에도 지속된다.

동남아 지역 침향나무에서 소량 추출되는 침향 원액은 좋은 원재료다. 국내 대기업들도 극소량의 침향 성분을 넣은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동남아 사설 쇼핑센터 판매원처럼 '치료제'로 홍보하지 않는다. 의약품이 아닌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된 상품이어서다. "국내에서 이런 방식으로 판매한다면 위법"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수년째 동남아 여행지에 난립한 중소 쇼핑센터에서 한국인 여행객에게 이런 상술을 펼 수 있는 건 피해 사례를 인지하면서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할 일을 미루는 관계 기관의 '방관'도 한몫한다.

공인 기관의 상품 검증 결과만 알려져도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2019년 12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7개국 패키지여행 전용 쇼핑센터에서 구입한 특산품 성분 분석 및 안전성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노니가루 등 분말 제품에선 기준치의 최대 25배 수준의 쇳가루가 검출됐고, 칼라만시 원액의 세균 수는 기준치를 45배 초과했다. 발표 이후 해당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침향 관련 상품이 채우고 있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어떤 성분이 포함됐는지 불분명한 제품을 건강식품도 아닌 치료제로 포장해 한국인 관광객에게 수 백만 원에 판다. 심지어 환불도 어렵다. "침향 캡슐을 한국인만 만병통치약처럼 먹고 있다"라는 제보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7년 전처럼 관계기관이 성분 검증을 통해 '팩트'로 답할 때가 됐다.

유엄식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