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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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사 김웅의 책 '검사내전'엔 수차례 사기에도 검사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한 번도 처벌받지 않은 '할머니 사기꾼'을 구속시킨 일화가 나온다. 수배를 풀기 위해 당당하게 검사를 찾아온 할머니 사기꾼은 과거 다른 검사와 달리 김 검사가 사건 기록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크게 당황한다. 미리 준비한 세탁세제 환(丸)으로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연기까지 하지만 속임수는 발각된다. 김 검사는 그에게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Kenneth Joseph Arrow)를 아느냐고 물으며 "할머니 때문에 세계 경제가 지체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애로는 모든 상거래는 '신뢰'를 포함하고 있으며, 상호 신뢰가 결여되면 세계 경제까지 지체된다고 했다. 복잡한 경제이론이나, '할머니 사기꾼'같은 희화화된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신뢰 결여'가 얼마나 많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지 알고 있다. 각종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확정된 정책의 방향이 흔들리거나 힘을 잃으면 기업은 경제적 피해를 보게 돼있다.
정부가 '소생활권' 단위의 일차의료 체계 구축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자, 의료계가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일차의료기관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해명했지만 의사들의 불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실타래가 꼬인 걸까. 최근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인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초고령사회 의료체계 전문위원회는 '초고령사회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권고안'을 만들며 '소생활권 단위의 일차의료 체계 구축방안'을 논의했다. '소생활권'이란 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물리·사회적 환경과 지역자원을 공유하는 지리적 단위다. 통상 인구 2만~5만명의 행정동을 중심으로 범위가 설정된다. 이 권고안에 소생활권이 담길 것이란 소식에 의사들이 발끈했다. 환자가 거주지 근처 의료기관만 이용하게끔 정부가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대한내과의사회는 "환자가 특정 의원(1차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의원이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며 "질환 종류, 급성·만성 여부, 이동 거리와 교통수단, 진료 시간대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요즘 공공기관장 인사를 취재하다 보면 가장 자주 확인하는 게 '누가 오느냐'보다 '언제 정해지느냐'다. 공모가 끝난 뒤에도 후임이 나오지 않다 보니 재공모는 물론 재재공모까지 이어지면서 직무대행 체제가 일상화한 기관이 적지 않아서다.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검찰총장도, 경찰청장도 없는 상태에서 대행과 간부가 조직을 대표해 이재명 대통령 앞에 섰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국가철도공단으로 내려가면 '대행'은 더 익숙하다. 사장실은 그대로 있고 회의도 예정대로 열리지만 굵직한 현안을 물으면 "새 사장이 오면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는 말을 수시로 듣게 된다. 수장이 없다고 조직이 당장 멈추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는 뜨고 열차는 달리지만 대규모 투자나 조직 개편처럼 책임의 무게가 큰 결정은 정식 사장이 올 때까지 한 박자씩 늦춰진다. 대행 체제의 특징은 '공백'보다 '대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임시로 조직을 맡은 경영진은 다음 사람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결론 내리지 못한 현안은 자연스럽게 다음 회의로 넘긴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의 상당 부분은 과장됐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고치면 된다. " 지난해 8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 말이다. 김 실장은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정부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됐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 쟁의 대상이 넓어지면서,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영업이익 배분 같은 경영상 판단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온 사방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필요하면 보완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기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커질 때였다. 김 의원은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선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가 중요하다며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차후 고쳐나가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딥테크 창업의 목표는 코스닥 상장이 아니다. " 오는 10월 30일 열리는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을 준비하며 만난 한 창업가가 던진 말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기원이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 5회째다. 출전 후보팀을 발굴하며 들은 이 한마디는 우리 딥테크 창업 생태계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되묻게 했다. 그동안 국내 벤처·창업 생태계에서 기업공개(IPO), 특히 코스닥 상장은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기술특례상장이 활성화되면서 기술기업에는 코스닥 입성이 일종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정작 딥테크 초기 기업 대표가 말하는 목표는 '글로벌 기업'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반도체와 바이오, 로봇, 우주, 첨단소재, 에너지 등 딥테크는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번번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시장을 살리겠다며 던진 정책들이 정작 시장에 닿기도 전에 방향을 틀어 거꾸로 날아드는 모양새다. 성급한 정책이 증시를 혼란에 빠뜨리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을 떠나게 만든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이다. 해외 상장한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상품을 허용했지만 극단적인 증시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단일종목레버리지 상장 이후 변동성지수(V-Kospi)는 일평균 82. 47포인트였다. 상장 직전까지 5월 일평균 수치가 68. 9포인트, 4월 수치가 54. 21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하루걸러 하루 사이드카가 울릴 만큼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후폭풍은 적지 않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1100조원이 증발했다. 상장 초반 80조원까지 늘었던 거래대금도 19조원대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달 31일 단일종목레버리지 거래를 위한 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대책 시행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며 변동성도 다소 낮아졌다.
코오롱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 임상 3상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TG-C의 효능이 위약과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국내 3상 및 미국 2상과 달리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지난달 20일 TG-C 3상 결과 발표 직후 3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3번의 하한가를 포함해 8거래일간 주가는 80. 9% 폭락했다. 투자심리 악화에 시달리던 K-바이오에 또 하나의 상처가 더해졌다. 무엇보다 토종 대형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 신약의 탄생을 기대한 K-바이오 전반의 아쉬움이 크다. TG-C 3상을 두고 아직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코오롱티슈진이 공개한 임상 3상 데이터 수치에 오류가 있었던 데다 발표 며칠 전부터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빠지며 의구심을 키웠다. 임상 설계 구조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코오롱티슈진은 위약과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 TG-C의 효능 자체는 확인했다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자본시장은 마치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해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댐과 같다. 하지만 댐에 물을 가둬두기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물은 넘쳐도 하류는 메말라간다.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런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문턱을 낮춰준 대표적인 상품이다. 종목을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채권, 해외 증시까지 클릭 몇 번이면 투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자 저변을 넓혀 자본시장으로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대형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소형주와 성장기업으로 순환하며 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높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자금이 시장 전체를 순환하기보다 특정 종목과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담은 ETF로 몰린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도주로 흘러갔고, 패시브 자금도 지수 비중대로 움직였다.
"당원 중심 정당이 국민정당으로 가는 시작이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당원의 뜻을 정당 운영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당원주권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거취는 물론 당권파와 각을 세워 온 당내 의원들의 징계 문제에도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민주주의 원리와 정당법의 취지에 따라 정당의 주인은 일차적으로 당원이다. 당원은 당비를 내고, 선거 승리를 위해 뛰고, 투표로 지도부를 선택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제1 정당 운영 원칙도 '당원주권주의'다. 권리당원 1인1표제를 도입해 오는 8·17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등가(1 대 1)로 처음 반영한다. 대의원 표가 권리당원 표보다 20배 높게 계산되던 구조를 바꿔 당원 중심의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야 공히 당원들의 활동 공간을 넓혀 지도부 선출과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의 목소리를 키우는 건 정당 민주주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따져볼 게 있다. 당원 중심 정당과 국민 정당 사이에는 간극이 없을까.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계산이 시작된다. 규제가 콕 짚은 곳의 수요가 사라지는 대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다. 최근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이번 개편안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초고가 주택은 1주택자가 보유한 집에서 실제 거주하더라도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70억원 수준의 주택을 70세 소유자가 10년간 거주한 경우에도 내후년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지금의 7배 수준으로 뛴다. 집값의 상단을 세금으로 강하게 누르는 셈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신호를 보낸다. 지금은 1주택자라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공시가격 12억원까지 종부세 기본공제를 받지만 앞으로는 기본공제가 실거주자는 14억원,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갈린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거나 자기 집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피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임대시장에 있던 전셋집 하나가 사라진다.
지난 3일 베일을 벗은 세제개편안의 정책 목표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다. 비거주·다주택·초고가 주택의 과도한 세제 지원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재정경제부는 세제개편안 브리핑에서 '정상화'라는 표현을 23번 사용했다. '정상화'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다. 이재명 정부는 종부세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강화와 완화를 가르는 핵심 잣대다. 보수 정부는 이를 낮췄고, 진보 정부는 올렸다. 비거주 주택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과세표준 6억원, 즉 시가로 32억원 이상인 주택이 대상이다. 물론 강화에만 방점을 찍은 건 아니다.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낮췄다. 그러나 전체 세 부담을 따져보면 감세보다 증세 효과가 훨씬 크다. 여기까지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정상화'의 개념이다. '정상화'를 말한다는 건 지금까지의 제도가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1998년 북아일랜드에서 존 흄과 데이비드 트림블이 마주앉았다. 흄은 남·북아일랜드 통일을 주장한 민족주의 사회민주노동당 대표, 트림블은 영국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얼스터연합당 대표였다.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1960년대 말부터 30여년 간 3500명이 죽었다. 상대는 가족과 동료를 죽인 원수였다. 그래도 둘은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흄은 무장투쟁 세력과 연계된 정당까지 모두 대화에 참여시키는 결단을 했다. 트림블도 당내 반대 세력을 필사적으로 설득해 협정으로 이끌었다. 장래 통일 가능성을 명시하는 협정 내용을 받아들였다. 극렬 지지자들은 두 사람에게 등을 돌렸다. 특히 트림블에겐 혹독한 정치적 대가들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굿프라이데이 평화협정'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대규모 유혈분쟁을 사실상 종식시켰다. 둘은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은 넬슨 만델라다. 그러나 수감된 만델라 대신 27년 간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끈 건 올리버 레지널드 탐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