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노인' 지원을 줄여 재정 효율화를 꾀하려던 기초연금 개편이 '상박'에 실패하고 '하후'만 도입되면서 기존 체제보다 오히려 예산이 증액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경계선에 있는 노인들이 기초연금 수급에서 탈락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수급자 대상 축소는)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는 주제"라며 공을 넘겼다.
1일 복지부는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 기초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수급자 기준은 노인(65세 이상) 하위 70% 이하로 유지하는 대신 총 3그룹으로 나눠 △하위 0~30%는 월 수급액 38만원 △하위 30~45%는 35만9000원 △하위 45~70%는 35만원으로 차등지급한다. 동시에 하위 45% 이하는 부부가구 수급자 감액 비율을 20%에서 10%로 줄여 하위 0~30% 부부라면 월 최대 12만4000원을 더 받게 된다.
손호준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하위 30%는 기준중위소득 기준 20% 정도로 흔히 말하는 빈곤선 아래에 있는 분들"이라며 "하위 45%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35.9%라 이보다 포괄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이 노인 빈곤율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 손 연금정책관은 "현재 방식보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노인빈곤율은 여러가지 변수에 적용을 받는다"고 답했다. OECD 평균은 14.8%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가 차감되는 제도도 변화가 없었다. 정부는 내년 기준중위소득이 역대 최대로 인상되고, 생계급여 지급액이 최대 5만5000원(1인 가구 기준)이 오른다는 점, 개인이 최대한 생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 반영으로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7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2조6000억원(11%) 증가한다. 기존 제도 유지시보다 6000억원 추가되는 구조다. 이번 개편안은 내년 4월부터 적용돼 1년이 온전히 적용됐다면 연 8000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개편안에 따른 장기적 예산 추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손 연금정책관은 "기초연금 부부감액, 직역연금 등은 법 개정사안이라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28년 이후에 장기 추계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을 '소득 하위 70%'로 유지한 데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복지부는 당초 수급 기준에 기준중위소득을 적용해 내년 90%,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로 단계적으로 하향하는 안을 마련했다가 지난달 27일 급작스럽게 발표를 취소했다. 이는 일정 자산이나 소득이 있는 노인들은 점차적으로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구조다.
1차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인구에 편입되면서 기초연금 수급자가 급증한데다, 노인들의 평균 자산·소득이 올라가 '노인 중 하위 70%'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빈곤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올해 1인가구의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기준은 월 247만원으로 기준중위소득의 96.3%다. 이론적으로 실거래가 기준 17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더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2차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인구에 편입돼 2050년에는 기초연금 재정이 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초과해, 수급자 기준을 유지하면 전체 인구 10명 중 3명은 기초연금을 받게되는 셈이다. 이에 대한 재정 부담은 미래 세대가 지게 된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안 제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손 연금정책관은 개편을 계속 추진할 지에 대해 "기준중위소득 기준으로 변경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사회적인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안을 낼 지에 대해서도 "다른 연금 제도와도 함께 고려해야 해 국회나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기초연금 개편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