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아동수당 확대 개편, 우리아이자립펀드 등 우리나라 출산·양육 정책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입니다. 노인과 관련해서는 쉬었음청년들이 많은데, 안정적인 적정한 임금과 지역상주 여건을 마련하면 청년들이 돌봄 전문직 일자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진오 인구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주재로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선포식 및 제1차 인구전략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인구전략기본법' 시행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인구전략위로 개편된 뒤 관계부처와 마련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공개하는 자리다.
합계출산율 대신 삶의만족도 상향 목표로 내세워
전신인 저고위는 2024년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까지 올리겠다고 목표한 바 있었지만, 인구전략위는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에서 합계출산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합계출산율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지표지만 목표는 제시하지 않겠다"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등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우상향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신 대표지표로 한국행정연구원이 집계하는 삶의 만족도와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삼겠다고 했다. 삶의 만족도는 지난해 6.6점에서 7점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71.8%에서 74%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세부 지표로는 △청년고용률(45%→50%) △30~44세 여성 경력단절비율(20%→10%) △유연근무사용률(16.3%→25%) △노인빈곤율(35.9%→30%) △노인자살률(37.9명→26.5명)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격차(92.4%→97%) 등을 제시했다.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117개 정책과제를 발표했지만 청년미래 보금자리론 신설, 다자녀가구의 공공분야 청약기회 확대, 아이맞이지원금 신설, 공공후견인 양성 및 신탁 제도 고도화, 초·중·고교 AI(인공지능) 역량 강화교육 등 대부분이 내년 예산안에 이미 담기거나 기존에 각 부처에서 발표한 내용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올 들어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고령화 관련 정책은 상당 부분 인구전략위와 협의한 내용"이라며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 육아수당 지급, 청년·신혼·양육가구 공공주택 57만1000호 공급 등 모두 인구전략위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노인 돌봄 문제, 청년 일자리로 풀자 제안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기초연금 등 연금 개편이 논의 중이고, 노인일자리가 135만개로 확대됐다"며 "AI, 로봇을 활용해 통합돌봄에 나서고 있는 시·군도 있어 이 부분도 5년 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전 과제로는 에이지테크(AgeTech·고령자 돌봄기술) 기반의 청년 돌봄전문인력을 양성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쉬었음 청년'이 72만명에 달하고 있고 지역은 소멸하고 있다"며 "(비수도권에) 돌봄 전문직 일자리를 만들어 비수도권에 주거를 제공하고, 적정한 임금을 준다면 네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마리 토끼란 △2030세대의 청년 일자리 △지역소멸 △돌봄인력 △고령의 자녀가 초고령 부모를 돌보는 '노노돌봄'을 말한다. 김 부위원장은 "2043년에는 100만명의 돌봄 전문직이 부족하다"며 "요양보호사를 비롯해서 생활돌봄 전문직이라고 해서 (지역에 청년들이) 20명씩 배치되고 돌아다닌다면 그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일반적인 요양보호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AI를 결합한 스마트홈·스마트시설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기기에 대한 지식과 요양보호사 등 돌봄종사자를 교육시킬 인력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의 디지털친화성을 살려 돌봄과 기술을 잇는 것이 목표이며 양성과 실증이 종료되는 2028년 이후 배치될 예정"라고 말했다. 돌봄보다는 IT(정보기술) 인력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두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인구전문가 "목표 지표 추상적...청년 관점에서 고민해야"
인구전문가들은 이번 인구전략위 발표에 대해 새로 발표된 출산 관련 정책이 부재하고, 전체적인 사회의 구조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초고령사회로 복지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인구전략위는 '연령기준 복지제도의 합리적 재설계'를 도전과제로 꼽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평가다.
유삼현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득과 삶의 질을 어느정도 높이면 출산은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합계출산율 목표치를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삶의 만족도라는 추상적인 지표를 정책 목표로 내세운 점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개입 노력이 약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삶의 만족도를 7점(10점 만점)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7점 이상인 국가(2023~2025년 기준)는 11곳뿐이다. 대부분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이며,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이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인구 전략은 미래 사회 체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하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 양보를 하거나 (전환이 필요한 사회체제와 관련해) 큰 그림이 담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인구 문제에 관해서는 청년과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